[5·31 지방선거] 與 참패한 이유는… 무능한 정부 민심 이반
독선적인 국정운영
좌-우 사이 갈팡질팡
지지층 호남을 외면
5ㆍ31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이토록 처절하게 참패한 이유는 뭘까. 역대 선거와 비교해봐도 집권여당이 이처럼 가혹한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 불과 2년 전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4ㆍ15 총선을 상기하면, 나락으로 떨어진 참혹한 결과다.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반여(反與) 정서와 민심이반이 극점에 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능한 참여정부’ ‘보기 싫은 여당’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서강대 정외과 손호철 교수는 31일 “현 정부의 무능이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결국 그 바닥에는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민생파탄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도 “양극화를 비롯한 민생문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참여정부가 뚜렷한 비전은 물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은 “그 동안 헌신과 노력을 했고 성과도 있지 않았느냐”고 강변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런 인식은 이번 선거에서 여권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이 성추행 파문, 공천 비리 등의 대형 악재에 휘말렸지만 이것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할 정도로 민심이반은 심각했다.
독선적이고 대결지향적인 국정운영 스타일도 문제였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참여정부가 도덕성 측면에서 나아졌지만 이것이 지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는 지나치게 독선적인 스타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는 이를 ‘스타일의 급진주의’로 규정했다. 보수적인 정책마저 불필요하게 전투적으로 추진,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정부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인식 또한 중요한 이유다. 좌파적 성향(부동산 세제 개편 등)과 우파적 성향(한미FTA 추진 등)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이것이 핵심 지지층마저 헛갈리게 만들었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지지기반인 호남을 외면한 것이 참패의 현실적 원인이 됐다. ‘민’정치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참여정부가 서쪽벨트(호남ㆍ충청)를 해체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동쪽벨트(영남)에 비중을 두었다”면서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서쪽, 특히 호남 유권자들은 배신감에 여권 지지를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적 지지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권이 어떤 인물이나 정책을 내놓아도 구조적으로 패배가 예정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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