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크로우탄 국유림을 훼손하려 합니까?”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가 만일 당신의 집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베 버린다면 좋겠습니까?” 브로드 크릭 중학교 6학년 헤일리 웨스터의 편지는 이렇게 계속됐다. 이 편지는 웨스터가 마크 레이 연방농무부 부장관에게 보낸 것이다. 이 편지 내용은 웨스터의 급우들은 물론 노스 캐롤라이나 주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레이 부장관이 두 달 전 전국의 국유림 가운데 30만9,000에이커를 매각하려는 제안을 발표한 데 대한 반대 서한이다. 이 매각 제안에는 노스 캐롤라이나 국유림 1만 에이커가 포함돼 있다. 웨스터는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이는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의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연방농무부, 총 30만9,000에이커 처분 제안
“시골학교 재정지원 위해 불가피” 의회에 제출
“연간 10만 에이커 다시 국유림 편입” 민심달래기
학생과 지역주민들 “아름다운 자연 훼손하지 말라”
의회도 정부의 개발일변도 행정에 미지근한 반응
그러나 편지를 받은 레이 부장관은 대담하게 웨스터의 브로드 크릭 중학교에 갔다. 데이브 홀랜드 교사의 과학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제안을 변호했다. 레이 부장관은 책상다리하고 앉은 학생들에게 “이 제안은 바로 여러분의 학교와 같이 삼림이 우거진 지역에 있는 학교들의 교육예산을 보태기 위함”이라고 설득했다.
5억달러에서 10억달러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사탕발림 발언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실제 학교 지원기금 마련을 위한 매각 규모는 전체 매각 규모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레이 부장관은 이 제안이 98년 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국유림을 선포하면서 해당 지역이 세수 기반을 상실한데 대한 합당한 보전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목재 판매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어 국유림 매각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만일 별다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역 학교들의 스포츠, 예술 등 과외활동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테하마 교육구 등 일부 교육구는 연방정부로부터 단 1%만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교육구들은 연방정부가 시골 학교에 보태주는 지원금으로 교육구 예산의 10-25%를 충당하기도 한다.
의회는 레이의 제안에 시큰둥하다. 이 안은 지난 2월 의회에 제출됐으나 의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서류함에 처박혀 있다. 골치 아픈 사안이라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국유림 관리예산을 관장하는 연방하원 세출위원회의 위원장인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 하원의원 찰스 테일러는 이 제안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레이 부장관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미 수년 간 지속돼 온 ‘투쟁’이라 규정할 만큼 그는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이다. 레이 부장관 측은 의회가 이 제안을 뭉개고 앉아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해 활발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란 확신에 차 있다.
국유림은 주로 주택가로 변모한다. 고가 주택과 콘도가 들어선다. 지역사회로서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분명히 그렇다. 국유림 매각이 5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학생들은 생각이 다르다. 과학교사 홀랜드의 한 학생 제이미 루이스는 “나는 이 곳에서 자랐다.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런데 나무를 잘라내고 집을 마구 짓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국유림 보호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들이 노스 캐롤라이나 주정부와 합세해 국유림 매각을 저지하려 나섰다. 하지만 국유림 가운데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매각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레이 부장관은 국유림 매각에 대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홀랜드 과학교사의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토지를 교환하고 매입하는 방법으로 연간 10만에이커를 국유림으로 편입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방정부의 의회 제안 규모의 절반인 17만5,000에이커를 매각할 경우 2년이면 매각한 국유림의 규모를 다시 복원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반신반의 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구 훼손하게 될 정부의 국유림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발 지향적인 연방정부의 정책보다 소중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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