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 SBS 드라마 ‘연애시대’로 호평… 이제 트렌디 드라마 못할 것 같아
손예진이 자꾸 변한다. KBS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고 나왔을 때만 해도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더니 코믹에 일상의 잔잔함까지 쏙쏙 짚어낸다.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능청스런 ‘작업녀’를 연기할 때까지만 해도 새침하게 예쁜 배우의 돌발적인 변신인 것만 같더니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은 얼굴에 클렌징 크림을 잔뜩 바른 채 무릎 나온 ‘추리닝’ 차림으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혔다.
’작업의 정석’에서는 통통 튀고 코믹한 ‘만들어진’ 캐릭터였죠. 그야말로 변신이고 모험이었어요. ‘연애시대’에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고 다행히 시청자들이 가깝고 정감있게 느끼신 것 같네요.
’연애시대’는 유독 20-30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다. 특히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30대 남자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서로에게서 한발 물러나고 싶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까운 이혼 부부를 일상의 수준에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덕이었다.
스물다섯의 우리 나이로 이혼한 부부를 연기하다보니 자칫하면 언저리만 맴돌다 끝날 수도 있었다. 극중 유은호는 스물 아홉. 나이야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해도 결혼과 사산, 이혼을 차례로 겪은 은호의 심리를 그려내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것. 그래서 이를 막힘없이 소화해낸 그의 연기가 더 빛났던 건지도 모른다.
이혼도 그렇고 아이를 낳는 것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죠. 은호와 동진의 관계가 딱딱하거나 절실했으면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래된 연인의 관계처럼 설정돼 이에 공감했고 감정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중간이나 중간 이하의 감정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허웅 SBS 드라마 CP의 말처럼 ‘따귀를 올려붙이는 여자들도, 주먹다짐을 벌이는 남자들도 없는’ 드라마라 ‘연애시대’의 매듭이 어떻게 지어질지 관심이 쏠렸다. 종영 후에는 동진(감우성)과 은호의 해피엔딩을 담은 마지막회가 ‘싱겁다’거나 ‘갑작스럽다’는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말의 대본을 보고 저도 놀랐어요. 흐지부지 끝나는 느낌이었지만 결국 그대로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시대’다운 결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다가올 삶의 일부를 보여준거죠. 영화 ‘러브 액추얼리’같은 느낌으로 모든 상황과 사랑과 삶을 정리한다고나 할까요.
격한 감정이 소용돌이치지 않아 오히려 눈길을 끌었던 ‘연애시대’는 손예진에게도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본인 말처럼 ‘굉장히 흥미롭거나 빨려들게 하는 스토리가 아니어서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드라마’였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로 느끼게 해준 드라마이기도 했다.
’연애시대’로 인해서 주인공 이야기가 전부이고 극적인데다 감정의 강도가 센 것만이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젠 트렌디 드라마를 못할 것 같아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만들어진 캐릭터보다는 쌓아가고 고민하는 연기를 하고 싶네요. 배우는 아무래도 보는 분들이 공감해서 웃고 울어주는 게 가장 좋고 힘이 나는 일이겠죠.
나아진 연기로 변화를 보여주는 배우에게 ‘다음’을 물어보는 것은 흥미롭다. 손예진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멜로 배우들은 멜로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있나봐요. 좀더 진한 멜로를 찍고 싶기도 하고… 배우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보여주지 않은 모습은 물론이고 보여줬더라고 조금씩 다르게 보이고 싶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게 저도 좋구요.
손예진의 연기는 기분좋게 진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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