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정규직 대신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을 신규채용 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 청년이 리사이클링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옷 공장에서 일하는 마리 말비(정면)는 회사가 제시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거부했다. 종종 직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임시직에게 더 나은 베니핏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임시직 “늘려라 늘려!”
유럽에서는 파트타임과 임시직(1주일에 5일 풀타임으로 일하지만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직업)이 뜨고 있다. 만성적인 고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럽의 새로운 트렌드이다. 유럽인들과 정부가 터부시해 온 현상이 현실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취업알선 회사 ‘맨파워 프랑스’의 레모니에 사장은 “직원이 9명이 넘으면 해고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이런 점에서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은 회사로서는 아주 간단하고 매력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임시직, 프랑스·독일·이탈리아 12%, 스페인 30%
파트타임, 독일·영국·아일랜드·스페인·노르웨이 20%
업무 연속성 및 전문성 결여, 노동생산성 저하 야기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고용시장 양분화 사회불안 요인
유럽의 실업률은 미국의 2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지난 5년간 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12개국에서 파트타임 및 풀타임 잡은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유로 지역에서는 고용누적분이 약 3.5% 증가했다. 이 기간에 미국에서는 오히려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분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고용 창출이 지지부진한 데 반해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에서는 새 잡이 많이 생겨 전체 평균치를 높였다. 하지만 이것도 잘 보면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일자리 증가가 파트타임과 임시직 증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풀타임 잡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감소분을 파트타임과 임시직이 보충하고 남아 통계 수치를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채용회사인 ‘맨파워 프랑스’는 프랑스 내에 1,130개의 지부를 갖고 있으며 매년 2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 지난해 이 회사가 벌어들인 돈이 54억달러에 달한다. 경쟁사인 스위스의 아데코, 네덜란드의 란트슈타트 등과 함께 맨파워는 취업알선 시장이 꾸준히 커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맨파워의 레모니에 사장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경제가 매년 2% 성장하면 임시직 시장이 5%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의 임시직은 1990-2000년 사이 급증했다. 맨파워의 사세가 3배나 커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노동자의 12% 이상이 임시직이다. 네덜란드에서는 15%, 스페인에서는 30%를 상회한다. 스페인 정부는 임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고쳐 오는 7월부터 임시직 가운데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과거 취업알선 업체는 재미가 없었다. 한번 직장을 잡으면 웬만해선 해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려면 법원에서 그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고 그렇더라도 상당한 경제적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신규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청년 실업문제가 사회문제화 하게 된 것이다. 고용 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사회 안정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쉽지 않다. 2007년 총선 전에 뾰족한 대책이 수립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랑스 회사들은 은퇴자들의 자리를 새로운 정규직으로 메우지 않고 임시직으로 채우고 있다. 오랜 관습과 전통, 그리고 법규를 단숨에 바꾸기는 어려우니 정규직을 임시직으로 서서히 전환해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희귀종’이던 임시직이 보편화해 가고 회사에 따라서 정규직이 ‘희귀종’으로 둔갑해 가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도 프랑스 모델을 주시하고 있다. 아니 벌써, 파트타임을 채용해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파트타임도 정규직처럼 각종 베니핏을 받는다는 점이다. 파트타임은 10년 전의 28%에서 36%로 증가했다. 그리고 파트타임 종사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4.5%로 유럽에서 가장 낮다.
독일,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노르웨이에서는 노동자의 20%가 파트타임이다. 프랑스에서는 임시직이 정규직보다 베니핏이 조금 더 좋다. 잡의 안정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조금 더 주는 것이다. 그러나 파트타임은 베니핏도 적고 임금도 적다.
그러다보니 베니핏 좋은 임시직을 고수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다. 프랑스에서 일하다 21세에 고향 그리스에 간 마리 말비(60)는 옷 공장에서 일하는 데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도 거절했다. 베니핏 좋은 임시직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고용 시장의 변화는 정규직의 시니어들과 임시직 및 파트타임의 젊은이들로 크게 구획지어진다. 문제는 임시직과 파트타임 종사자가 증가하면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에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파트타임과 임시직 시장을 유연하게 한다고 해도 정규직을 ‘철밥통’으로 한 상태에서는 고용 시장의 유연성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고를 적절히 할 수 없는 고용주로서는 임시직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인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나으며 사회불안과 고용시장 양분화를 잉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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