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8분에서 몰아쳐 3-1 역전승
미국은 실망… 체코에 0-3 완패
‘히딩크 매직’이 일본을 울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일본을 상대로 최후의 8분동안 3골을 몰아치는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나는 한국의 명예국민이다. 한국을 위해서라도 일본을 꺾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히딩크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12일 독일 카이저슬라우텐에서 벌어진 독일월드컵 F조경기에서 히딩크의 호주는 전반 26분 골키퍼의 판단미스와 심판의 오심이 겹치며 어이없는 선취골을 내주고 후반 종반까지 좀처럼 만회골을 뽑지 못해 패색이 짙었으나 종료 8분을 남기고 기적처럼 3골을 잇달아 터뜨리며 호주대륙은 열광의 도가니로, 일본열도는 충격과 비탄의 바다로 몰아넣었다. 1974년 서독월드컵에 이어 32년만에 처음이자 사상 2번째로 월드컵 본선무대에 나선 호주는 이날 월드컵 본선에서 처음으로 골 맛을 (3번이나) 보며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반면 일본은 ‘사실상 결승’이라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던 이날 호주전에서 패함에 따라 남은 크로아티아, 브라질 전에서 최소한 1승1무를 거둬야 16강의 희망을 유지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일본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39분과 44분 잇달아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린 팀 케이힐과 인저리타임이던 47분 쐐기골을 터뜨린 잔 알로이시는 모두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된 선수였다. 이들은 호주의 월드컵 본선 1∼3호골을 터뜨린 호주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영웅들로 기록되겠지만 이날의 진짜 영웅은 이들을 투입해 꺼져가던 희망을 되살려낸 명장 히딩크였다. 골을 뽑아낸 뒤 나온 히딩크의 어퍼컷 세레모니는 한인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2002년의 감격을 되살려준 장면이었다.
호주는 이날 시종 우세한 리듬을 이어갔으나 전반 26분 일본의 순스케 나카무라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잡으러 뛰어나오던 골키퍼 마크 슈와처가 도중에 일본선수와 부딪치는 바람에 볼이 그대로 텅 빈 골 안으로 퉁겨 들어가는 어이없는 실점을 한 것에 발목이 잡혀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조아리는 경기를 해야했다. 슈와처의 판단미스도 있었지만 당연히 나왔어야 할 심판의 휘슬도 잠잠했다. 열이 오른 호주는 마크 비두카와 해리 키웰 등 전방 스트라이커들이 잇달아 일본의 골문을 거세게 위협했으나 수차례 결정적인 슈팅이 모두 일본의 골키퍼 요시카쑤 카와구치의 선방에 걸렸고 간간이 일본의 역습에 위기를 맞기도 하는 등 좀처럼 게임이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호주에게는 히딩크라는 ‘불세출의 승부사’가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 패색이 짙던 후반 종반 홍명보, 김태영 등 수비수들은 차례로 빼내고 차두리, 이천수 등 스트라이커들을 투입, 총 공세로 나선 끝에 설기현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연장 골든골로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히딩크 감독은 이번에도 가만히 앉아 패배를 기다리지 않았다. 후반 7분만에 가장 먼저 교체멤버로 투입된 케이힐은 후반 39분 왼쪽에서 롱스로인으로 넘어온 볼을 혼전중에 오른발로 차 넣어 동점을 만든 뒤 5분 뒤 페널티박스 바로 앞 외곽에서 오른발슛으로 역전골을 따내며 ‘히딩크의 전설’에 또 다른 획을 보탰고 후반 30분 마지막 카드로 투입됐던 알로이시는 인저리타임에 전의를 상실한 일본수비라인 한복판을 돌파한 뒤 깔끔한 쐐기골을 꽂아 넣어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히딩크의 매직은 살아있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후반 인저리타임에 쐐기골이 터지자 거스 히딩크 감독(아래 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호주 선수단이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미국 응원단 ‘샘스 아미’(Sam’s Army) 멤버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계기사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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