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듀엣ㆍ프로젝트 그룹 줄줄이 등장
가요계에 ‘짝짓기’가 제철을 만났다.
20~30년차 선후배 가수들이 듀엣곡을 발표하고, 여러 가수들이 다양한 조합의 프로젝트 그룹을 형성중이다. 이들의 만남은 1+1=2가 아닌 하나의 노래로 탄생한다는 게 공통분모.
음반업계 종사자들은 음반 시장의 불황과 함께 이를 타개하려는 여러 시도가 등장하며 가요계가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음악 팬들에게는 음악의 종 다양성을 통해 들을 거리, 스타간의 만남을 통해 볼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올드 앤 뉴’로 세대간 소통
선배의 노래에 후배가, 후배의 노래에 선배가 피처링해 ‘보컬 품앗이’를 한 형태다. 올 봄 장혜진이 피처링한 바이브의 ‘그 남자 그 여자’가 각종 온라인과 모바일 차트를 석권한 대표적인 케이스.
박선주와 김범수의 ‘남과 여’, 김도향과 데프콘의 ‘시티 라이프(City Life)’, 장혜진과 크라운 제이의 ‘흐르는 수정’, 장혜진과 개리(힙합그룹 리쌍)의 ‘불꽃’, 심수봉과 크라잉넛의 ‘물밑의 속삭임’ 등 줄을 잇는다.
선후배 ‘입맞춤’으로 히트한 원조는 2004년 인순이와 조PD의 ‘친구여’. 인순이의 파워풀한 보컬과 조PD의 감각적인 랩이 찰떡궁합이란 평가를 받으며 새 시도의 물꼬를 텄다. 이후 지난해 조성모가 선배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음반을 내며 배철수, 이치현, 조덕배 등과 각각 부른 듀엣곡을 수록했다.
트로트 가수도 예외는 아니다. 송대관과 신지가 ‘사랑해서 미안해’, 설운도와 춘자가 ‘춘자 러브송’을 함께 노래했다.
데프콘은 김도향과의 작업에 대해 ‘시티 라이프’를 듣고 김도향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올라 조심스레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며 선생님의 음색은 언제 들어도 예술이다. 이 노래는 선생님으로 인해 완성됐다고 자랑했다.
한 중견 가수의 매니저는 선후배가 음악 작업을 통해 교류하고 신구 장르가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무엇보다 중견 가수에게는 젊은 세대에 얼굴과 이름을 알려 팬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따로 또 같이’로 시너지 효과
연기자와 신인가수, 국내와 해외 스타, 유명그룹과 신인가수 등 프로젝트 그룹은 조합 방식이 다양하다.
지난해 연기자 오승은ㆍ추소영과 신인가수 배슬기는 3인조 여성그룹을 결성해 프로젝트 그룹 더 빨강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또 강타와 대만 인기그룹 F4의 바네스가 아시아권을 시장으로 ‘강타&바네스’를 결성, 한국ㆍ대만ㆍ일본ㆍ중국ㆍ싱가포르 등지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힙합그룹 업타운은 여성 래퍼로 1집 가수인 신인 제시카 H.o를 영입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보컬그룹 가비엔제이는 4명의 여성 신예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H7미인(美人)’을 결성, 27일 ‘러브 올(LOVE ALL)’을 발표해 온라인 음악사이트 맥스MP3의 일일 스트리밍 히트 수 1위를 차지했다. 신예 4명은 7월 새 그룹으로 음반을 발표한다.
탄탄한 친분으로 결성된 그룹도 있다. 평소 단짝으로 유명한 쿨 출신 유리와 룰라 출신 채리나는 프로젝트 그룹 ‘걸프렌즈’를 결성, 7월 초 음반을 발매한다.
이밖에도 월드컵 붐을 타 록그룹 더 크로스(이시하ㆍ김경현)와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제니배(본명 배영란)가 독일 월드컵 응원 무대를 위해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바 있다.
’걸프렌즈’의 소속사인 도레미미디어는 보통 각기 다른 팬을 확보한 두 가수의 만남은 새로운 팬층을 형성하는 장점이 있다며 채리나와 유리는 혼성그룹 당시 음악의 한계에서 벗어나 함께 추구하는 장르의 음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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