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머 캠프에서 간호사들이 아이들에게 약을 나눠주는 것은 흔한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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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에코의 아침은 작은 바둑판 무늬 천으로 덮인 피크닉 테이블에서 시작된다. 우울증, 조울증, 주의결핍 같은 장애 때문에 매일 먹는 약을 먼저 삼킨 아이들은 간호사의 칭찬을 들으면서 옆 테이블로 옮겨 앉아 오렌지 주스와 스페셜 K 시리얼, 초컬릿 칩 팬케익을 먹는다. 이는 뉴욕주 캐스킬 산맥지역에서 열리는 모든 캠프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아침 풍경이다.
알러지·천식을 비롯 정신장애 약 등
여름캠프 어린이 40%가 상시 복용
약 1회분씩 포장 서비스 ‘캠프메즈’성업
일부선 “불필요한 약 처방 남발 ” 지적도
밥보다 약을 먼저 먹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한 세대 전만해도 들어보지도 못했을 일이지만 요즘은 전국의 캠프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어느 여름 캠프건 참가 어린이의 4분의 1 내지 반은 매일 처방약을 먹는다고 말한다. 앨러지와 천식 약이 가장 많지만 행동관리와 정신과 치료를 위한 약도 하도 흔하다보니 약을 먹이는 간호사들도 이제는 비타민인 척 위장하지도 않는다.
행동과잉, 기분조절장애, 안면경련 때문에 약을 먹는 데이빗 에렌레익(12)은 “나랑 친한 애들은 모두 저마다 약을 먹는다”고 말할 정도다.
노스캐럴라이나주 헨더슨빌의 블루 스타즈 캠프장 주인 로저 팝킨은 “아이들의 처방약 먹기는 이제 교육정도나 인종, 경제적 수준, 지역, 성별에 관련없이 미국 전체의 스탠다드가 됐다”고 개탄하는데 미국내 2,600개 캠프장과 300만명의 캠퍼들을 거느린 업계 단체 아메리칸 캠프 어소시에이션의 대표인 펙 스미스에 따르면 캠프에 오는 어린이의 4분의 1정도가 주의집중결핍장애, 정신과 문제나 기분조절 장애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
반면 약을 먹여야 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비슷한 아이들이 많아진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기 아이만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 ‘캠프메즈’라는 개인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캠프의 기간이나 약의 종류에 관계없이 부모에게서 40달러를 받고 100개 캠프에 참가하는 어린이 6,000명이 캠프 기간중 먹을 약을 미리 포장해주고 있는 이 회사를 창립한 데이나 고델은 정규적으로 처방받은 약을 한두가지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40%로 4년전의 30%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캠프메즈’는 양로원에서 쓰는 방법을 차용해 모든 알약을 한번 먹을 분량씩 낱개로 포장해 캠퍼의 이름과 날짜, 먹는시간까지 표시해준다. 캠프장 간호사는 그냥 점선을 따라 한 봉지씩 뜯어서 아이에게 주면 되므로 약의 알을 세는 수고와 함께 실수하고 책임을 규명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작년에 캠프에서 약을 먹은 아이중 8%는 주의집중결핍 때문이었고 5%는 정신과 약을 먹었다는데 주의집중결핍, 우울증, 정신과 약을 하나 또는 세가지 모두 섞어 먹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은 여름철 캠프장에서 뿐만이 아니다. 연중 학기 내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덕분에 약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겨낼 수 없는 환경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아이들도 있다고 버몬트대 의대 아동정신의학과 교수인 데이빗 패슬러 박사는 말한다. 행동이나 기분 조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2차, 3차 장애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여름철 캠프장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 견뎌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추세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노스 캐럴라이나주의 캠프장 주인 팝킨도 “흔해지긴 했지만 그것이 과연 적절하고 안전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사실 정신과 약에 전문 지식이 없는 가정주치의가 엄격한 평가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어른은 물론 아이에게도 우울증이나 불안증 약을 처방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시건대 소아과 교수 에드워드 월튼 박사는 “요즘 아이들이 전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고 아이들에게 그 약을 처방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그런 약을 먹는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많아졌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기분조절 장애에 흔히 처방되는 아빌리파이와 리스퍼달의 경우 처방약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어린이와 틴에이저들에게 혈당치 상승과 일사병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원래 허가받은 질병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처방되는 소위 ‘오프 레이블’ 약도 문제다. 렉사프로나 루복스 같은 약은 우울증및 불안증에 처방되는데 성인에게만 임상실험이 되었는데 아이들에게도 합법적으로 처방된다. 클로니딘 같은 약은 원래 고혈압약이지만 아이들의 행동및 정서장애에도 사용되고 있다.
앨러지와 천식약이 광범위하게 사용됨에 따라 약들끼리의 상호 작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인용 항우울제로 아이들의 야뇨증에도 사용되는 트프라닐의 경우 계절 앨러지약인 알레그라, 천식약 어드베어, 벌에 쏘이거나 곤충에 물리거나 땅콩 같은 음식에 대한 앨러지 반응이 죽을 정도로 심할 때 사용하는 주사약 에피네프린과는 함께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앨러지를 앓는 아이들도 10배가 늘긴 했지만 캠프 의사들 사이에서도 아이들이 매일 먹는 약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캠프 폰티액의 주인인 형제 이비인후과 의사 켄과 릭 에트라는 부모들에게 가끔 항히스타민을 사먹으면 되는 계절 앨러지용 처방약 같은 것은 보내지 말라고 주문한다. 또 야뇨증 약도 권장하지 않는다. 약을 먹여 놓으면 아이가 하루 종일 축 처져서 잘 놀지 못하므로 카운슬러들을 훈련시켜 한밤중에 아이를 깨워 화장실에 보내고, 오줌을 쌌을 경우 다른 아이들 앞에서 창피하지 않도록 침대 쉬트를 똑같은 무늬로 바꿔주게 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먹이는 약에 대해 의문이 있는 캠프장 간호사는 의사에게 전화해 물어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싫어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캠프 디렉터중 행동장애나 정신과약에 대해 부모와 상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아메리칸 캠프 어소시에이션 전회장인 말라 콜먼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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