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 깅그리치도 주장, 아랍권 반미 폭발 직전
미, 이스라엘 무력공세 방관
이라크 내전 상태, 이란과는 핵마찰
전문가들 “아직은 위험단계”
“세계는 지금 3차대전 발발 단계에 와 있다.”
‘미국과의 약속’이라는 개혁 공약을 마련, 1994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공훈을 세운 공화당 뉴트 깅그리치가 연이어 제3차 세계대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차기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테러와의 전쟁’을 공표한 미국은 이미 3차 대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 깅그리치는 현재 해외에서 진행중인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미국인들은 본토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경고를 내놓은 것은 깅그리치가 처음이 아니다.
영국의 보수논객 이니고 토마스는 2001년 9.11테러로 제3차 대전의 뇌관에 불이 당겨졌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시리아, 북한 등 4개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아프간과 이라크를 차례로 침공하면서 사실상 3차대전의 막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는 이미 3차 대전에 돌입한 상태다. 토마스는 1914년과 1945년에 각각 발발한 두 차례의 전쟁은 거의 종전단계에 이르러서야 세계대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며 현재 진행중인 ‘테러와의 전쟁’ 역시 막바지에 가서야 3차 세계대전으로 명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시 집권 1기 중반, 극보수적인 미국 잡지 ‘커멘터리’에 게재된 한 논문은 ‘테러와의 전쟁’을 4차 세계대전으로 규정했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양대 축 삼아 80년대 말까지 지속된 ‘동서냉전’을 3차 세계대전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세계는 정말 3차 대전에 돌입했거나 3차 대전을 향해 접근중인 것일까. 우선 상황부터 종합해 보자. 새로운 세계대전의 화약고는 역시 중동이다.
이라크가 다수파인 시아파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 집권소수파였던 수니파 사이의 갈등으로 사실상 내전상태에 처해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저항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와중에서 이란은 핵개발 의혹으로 미국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를 납치했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남부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을 20일째 폭격,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란은 앞서 보았듯 핵개발로 미국과 엉킨 상태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도발을 빌미로 대규모 공세를 펼치자 미국은 이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지닌 이스라엘에 휴전 압력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헤즈볼라를 재기 불능의 상태로 몰아가는 게 미국의 국익과도 부합된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 민주주의를 확산한다는 부시의 중동 해법을 스스로 허무는 자충수를 두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레바논이 2005년 민중봉기로 시리아군을 철군시킨 뒤 선거를 실시, 연합정부를 구성하자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새 정부를 반겼으나 유감스럽게도 레바논 연합정부에는 헤즈볼라가 파트너 정당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선거에서도 반복됐다. 미국이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하마스가 선거에서 압승,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게 된 것.
이에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 압력을 가해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지원중단이라는 최고의 강수를 두며 합법적 절차를 거쳐 집권한 정부를 고사시키는 작전을 펼쳤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이 양측의 선제 도발을 빌미 삼아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미국이 이를 용인하는 자세를 취하자 중동의 뿌리깊은 반미감정이 폭발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현재 미국의 지원으로 간신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이른바 친미 국가들은 집권층에 대한 거센 풀뿌리 저항에 직면한 상태다.
향후 아랍권이 강한 범민족주의 정서에 편승, 결속하고 미국이 ‘카우보이 외교노선’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지구촌의 평화는 위협받기 십상이다.
이것이 인류 최후의 전쟁 ‘아마겟돈’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제 3차 세계대전의 기본 시나리오이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소 위험한 상태일진 몰라도 아직 세계 대란의 조짐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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