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잠정이양 카스트로, 쿠바-미국 악연 반세기 ( I )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이 1일 장출혈로 수술을 받았으며 혁명의 동지이자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권력을 잠정 이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미래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쿠바는 지리적으로 미국의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이념적으로 가장 먼 나라에 속한다. 도대체 쿠바와 미국의 악연은 어떻게 쌓인 것일까.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결정한 쿠바와 미국의 악연을 2회에 걸쳐 조명한다.
1959년 친미독재 바티스타 정권 무너뜨리고 집권
미 인정 못받자, 소련과 원유수입 계약 등 돌려
쿠바침공 작전 실패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쿠바는 미국의 목에 걸린 가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02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쿠바와 미국의 악연은 1959년 1월1일 피델 카스트로가 풀헨시오 바티스타 장군이 이끄는 친미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시작됐다.
1953년에 이어 두 번째 시도만에 바티스타 정권을 내치고 1959년 2월 총리로 취임, 쿠바의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카스트로는 프레스클럽 초청으로 그해 4월 10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으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그의 면담요청을 거절했다.
이어 카스트로가 8,900만달러 상당의 자국내 미국 소유 부동산과 기업 자산을 미국 측이 형편없이 낮게 책정했던 매입 시가로 고스란히 다시 사들여 국유화하고 소련과 원유수입 계약을 체결하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1년 1월3일 쿠바와의 국교단절을 선언했다.
<피그스 만 침공작전>
이같은 상황에서 쿠바와 미국의 관계에 결정적 쐐기를 박는 이른바 ‘피그스 만(Bay of Pigs) 침공작전’이 이루어졌다. 카스트로 정권을 내몰기 위해 고안된 이 작전은 리처드 닉슨 부통령에 의해 처음 제기돼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입안됐으며 1960년 3월17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승인을 얻었다. 쿠바와의 국교단절 9개월 전에 이미 무력에 의한 카스트로 정권 붕괴 시나리오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바람에 침공계획은 존 F. 케네디 행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선거공약으로 공산화된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반대를 천명했던 케네디는 측근 참모들과 일부 각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을 수용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자 CIA는 각본대로 1,500명의 망명 쿠바인들을 모집한 후 이들을 비밀리에 훈련시켰다.
D-2일인 4월14일 ‘2506여단’으로 명명된 이들 반혁명군은 과테말라의 서안 레탈후레우에 집결한 후 니카라과로 이동, 푸에르토 카베자스 항구에서 6척의 배에 분산 탑승해 피그스 베이로 향했다. 당시 친미 독재자였던 루이스 소모자 니카라과 대통령은 “카스트로의 턱수염 몇 개를 뽑아 오라”며 이들을 격려했다. 이어 4월15일 미국은 쿠바 망명자들을 쿠바 공군조종사로 위장시킨 후 역시 쿠바 공군기로 꾸민 B-26 중폭격기로 침공군을 지원하기 위한 공습을 단행했다.
그러나 피그스 만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반혁명군은 D-day, H-hour인 4월16일 0시를 기해 피그스 만에 상륙했으나 쿠바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숱한 인명피해를 냈다. 양측이 치열한 교전을 계속하던 4월16일 낮 12시30분, 소련의 니키타 흐루시초프 대통령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작전 중지를 요구하는 강력한 경고 서한을 보냈고 같은 날 오후 9시30분, 맥조지 번디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CIA에 B-26기의 추가 공습 중단을 지시했다. 사실상 침공군들을 포기한 것이다. 피그스 만 침공작전은 이렇게 속절없이 끝났고 이후 양국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계속>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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