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개 좋아하는 주민들 성화에 시 조례안 검토
일부 식당 ‘견공’ 위한 특별 메뉴 준비 발 빠른 움직임
‘소리 지르는 아이들보다 조용한 개 환영’ 메시지 등장
위생문제 대두…혹시 사람 물어 소송 제기 땐 일파만파
개 2마리를 기르는 앨더만 버넷은 “애완견을 데리고 야외에 나가 산책을 하고 카페에 들러 샌드위치를 먹는 동안 개들에게 마실 것과 간단히 먹을 것을 주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미국에 사는 개들은 정말 호강한다. 말 그대로 ‘개 팔자가 상팔자’다. 유기농 음식을 먹고, 개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주인에 따라서는 특별 마사지를 받기도 한다. 여성들이 산책을 하거나 조깅할 때 호신용으로 데리고 다니는 개는 주인의 총애를 받는다.
변호사 레이첼 베이커(28)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콘도에 산다. 뒷마당이 없어 외출할 땐 애견 ‘미치’를 콘도에 가둬놓는 셈이 된다. 항상 마음 아프게 여긴다. 그래서 식당에 갈 때 가끔 미치를 가방에 넣고 몰래 들어간다. 만일 미치가 짖기라도 하면 재채기로 위장해버린다. 베이커는 “이 일로 같이 자리한 친구들에게 불편을 끼치긴 했지만 식당에서 쫓겨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학원생 테렌스 리(37)는 ‘개와 함께 하는 식사’ 아이디어에 반대했다. 리는 “그동안 식당에 가면 금연석, 흡연석을 물어보았는데, 앞으로 개와 함께 하겠느냐는 질문을 듣게 될 것”이라며 불편해 했다. 그는 “돈을 들여 애인과 외식을 하려는데 발밑에서 개들이 킁킁 거리며 다닌다면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그는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연방법에 따르면 맹인안내견은 식당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에서는 맹인견과 같이 특별한 임무를 띤 개가 아니면 식당에 들어갈 수 없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개들이 식당 안팎에서 어슬렁거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숨통을 트려는 지역도 있다. 시카고가 그 중 하나다. 시카고 이전에 다른 지역에 개에 대한 편의를 적극적으로 도모한 곳이 있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식당 주인들이 주인 곁에서 앉아 있는 개들에게 인조뼈다귀를 던져준다. 롱비치 다운타운에서는 식당이나 상점 입구에 개가 마실 물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제브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6월 개가 주인과 함께 식당에 갈 수 있도록 하는 3년 시한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서명했다. 시카고라고 못할 게 없다는 게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개의 식당 출입을 허용할 경우 기존의 위생 기준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있다. 개가 식당에서 사람을 무는 경우다. 소송이 제기되고 골치 아픈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뉴욕요식협회장인 릭 샘슨의 고민이다. 하지만 시카고는 다르다. 지난해 개 전문 잡지인 ‘Dog Fancy’에 의해 개에 가장 우호적인 도시로 뽑힌 시카고는 개의 식당동행에 비교적 관대하다.
개 주인들은 개를 데리고 거리로 나와 일광욕을 하고 산책을 즐긴다. 그러다 식당에 가고 카페에 들른다. 치과의사 미셸 쉬바르츠(36)는 애견 ‘프라다’와 유명한 ‘깁슨스 스테이크하우스’를 자주 간다. 단골이다. 그래서 식당 종업원이 이름을 기억할 정도다. ‘미셸’은 물론이고, ‘프라다’도 말이다.
‘천국의 맛’(Taste of Heaven)이란 식당은 이색적인 간판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간판에는 ‘식당 내에서 아이들이 소리 지르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문구다. 이 식당은 오히려 시끄러운 아이들보다 주인과 함께 와서 조용히 앉아 있다 가는 개를 환영한다. 주인 댄 맥콜리는 “누구나 개를 좋아한다. 그러나 소리를 빽빽 지르는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한편 위생당국자들은 이러한 주민의 태도에 고개를 젓는다. 이들은 주민들이 개를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개가 식당에 들어가거나 주위에 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균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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