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집트의 밸리 오브 킹스(Valley of Kings)에서 3,300년 된 관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 안에 미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조심스레 관 뚜껑을 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관 속에는 미라가 없었다. 주위를 에워싼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실망의 눈빛도 보였다. 관 속에는 미라 대신 다른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미라를 관 속에 준비할 때 사용하던 장신구나 조각들이 차 있었다. 금으로 만든 구슬이나 꽃으로 장식된 섬세한 옷깃도 있었다.
이집트 밸리 오브 킹스에서 3,300년 된 관 발굴
미라 없고 장신구·금·구슬·꽃 장식 옷깃 등 가득
이집트 유적책임자 “투트왕 낳다 사망한 어머니의 무덤”
발굴팀 “투트왕과 연계할 확실한 증거 없다” 반박
진실규명보다 유명세 노린 센세이셔널한 이벤트화 우려도
밸리 오브 킹스에서 무덤 ‘KV63’이 발견된 것은 8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 속의 미라를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무덤을 발굴해 낸 사람들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관 속과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고이 간직하려 무진 애를 썼다. 무궁무진한 가치를 인정했다. 고고학은 인내의 학문이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잊혀진 유적을 찾는 일이다. 오랜 세월의 역사를 캐내는 작업이다. 학자들은 미라 없는 관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자제했다.
밸리 오브 킹에서 가장 최근에 발굴된 KV63은 많은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7개의 관이 KV63에서 발굴됐다. 그런데 모두 미라는 보이지 않았다. 관 속에는 깨진 도자기, 배게, 아마포 등이 들어차 있었다.
이번 발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집트의 이집트학 전문가인 자리 하와스 박사. 그는 “우리는 수많은 미라를 발굴했다. 그런데 이러한 관은 처음이다”며 신기해했다. 그는 관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다른 미라와 다르다는 점에 오히려 희소가치를 부여했다.
고고학은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달래야 한다. 미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은 이집트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대중 앞에서 ‘개봉’할 수 있다. 고대유적최고위원회의 총책임자인 하와스 박사가 바로 그다.
하와스 박사는 KV63의 관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론을 정립했다. 이번에 발굴된 무덤은 투트왕의 어머니인 키야 여왕의 것이라는 것이다. 하와스 박사처럼 투트 왕과 관련이 있는 무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발굴에 참여한 학자들은 이 무덤이 투트 왕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하와스 박사는 투트 왕의 어머니가 투트를 낳다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투트 왕은 자신의 무덤을 어머니의 무덤 옆에 마련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트 왕의 무덤과 어머니 무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을 낳다 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미라를 만들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무튼 하와스 박사는 미라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학술적인 능력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미라와 관련한 홍보에 있어서 항상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찌 보면 생색내기 좋아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이번에 KV63이 발굴됐을 때도 멤피스대학 오토 셰이든 박사팀이 공을 세웠는데 자신이 가로채듯 나섰다. 첫 TV방영에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우겼다. 하와스 박사는 이 발굴이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송되면서 스타가 됐다. 이젠 클레오파트라 무덤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이 무덤이 투트 왕의 어머니의 무덤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100% 장담할 수 없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와스 박사는 이번에 발굴된 관의 문향이 투트 왕의 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셰이든 박사팀은 KV63에 미라가 묻혀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무덤으로 조성됐으나 실제 무덤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셰이든 박사는 “이러한 일은 종종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변 학자들의 말은 하와스 박사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번쩍거리면 신이 나서 설명을 한다. 관의 봉인을 풀고 뚜껑을 여는 순간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 시선은 바로 하와스박사 자신에게 쏠린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이 순간을 그는 즐기는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이는 매직의 순간이다. 신비의 순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눈을 응시하고 내가 매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다”고 했다. 미라와 관련한 진실이 개인의 스타의식으로 인해 흐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연유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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