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지붕이 없다. 설교대 뒤에는 호수가 바람에 살살 일렁인다. 신도들이 앉는 의자들 위에는 키 큰 상록수가 서 있다. 노란 나비가 들풀 사이를 춤추며 다니고 있다. 일요일 예배 시간이다. 펜실베니아 코왠즈 갭 주립공원에서 성스러운 예배가 거행되고 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은 서로를 모른다. 주립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다. 캠핑하고 수영하고 피크닉 하러 온 사람들이다. 해리스버그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마일 떨어진 이 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다. 야구 모자를 쓴 사람들, 벌레퇴치 약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 다양한 모양새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예배를 보려는 목적은 동일하다. 공원에서 이들에게 예배장소를 제공했다. 주말 나들이로 인해 교회를 빠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펜실베니아 내 주립, 국립, 사설 공원 42개서 시행
특정 교단에 소속되지 않고 형식 자유로운‘독립예배’
일요일에 교회 빠진 여행객들 위해 46년 전 시작
자연 속에서 신의 섭리 느끼려는 사람들도 참석
메모리얼데이~노동절 15주, 1만8,000명 예배
목회자(chaplain) 브루스 캐리커는 “하느님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며 기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캐리커는 직접 기타에 손가락을 올린 뒤 열심히 쳤다. 신도들과 함께 목청을 돋워 찬송가를 불렀다.
펜실베니아 주에는 42개의 주립, 국립, 사설 공원이 있다. 펜실베니아는 특정한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일종의 독립 예배를 공원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첫 번째 주다.
메모리얼데이부터 노동절까지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지난해 1만8,000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요 공원예배를 보았다. 이 예배를 주관하는 목회자들은 지역교회 목사나 타 주 교회의 목사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돕고 있다.
코왠즈 갭 주립공원의 일요예배에는 보통 85명이 참석한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지 못하는 사정 때문에 부득불 공원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간혹 자연 속에서 기도하고 예배 보는 데 매료돼 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서 그런다고 했다.
펜실베니아 포드 루돈에 사는 윙거트(34)는 남편, 두 아들과 정기적으로 공원예배에 참석한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감싸인다. 신의 창조의 신비를 직접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곳이 좋다”고 했다. 윙거트는 “예배를 마치면 마음이 풍성해진다”고 덧붙였다.
공원예배는 주정부 소유 땅에서 거행되지만 예배와 관련한 비용은 지역 교회, 교단 등의 재정지원으로 충당한다. 공원예배 프로그램은 46년 전 시작됐다. 답답한 교회당에서 예배를 보는 대신 탁 트인 대자연 속에서 예배를 드리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펜실베니아 주공원국이 펜실베니아 교회위원회(Pennsylvania Council of Church)와 논의해 이뤄진 것이다.
교회위원회는 공원예배를 초교파 차원에서 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왜 공공토지에서 예배를 보느냐?”는 산발적인 반발이 있었지만 공식화 하지는 않았다. 조직적인 반대 캠페인도 없었다. 올해 공원예배를 위해 봉사하는 목회자는 27명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정식 목사다. 나머지는 대학생이나 신학생, 그리고 평신도들이다.
풀타임 목회자는 인근 아파트, 주택, 그리고 사설공원에 마련된 트레일러 등에서 기거한다. 이들은 15주 봉사에 대한 대가로 4,000달러를 받는다. 캐리커 목자는 49세의 퇴역군인이고 나자린 교회 목사이기도 했다.
3년 전 공원예배 목자로 선택됐다. 고향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는 청소년범법자 교화에 힘썼다. 그는 지금 언덕 깊숙한 곳 호숫가에서 산다. 캐리커는 “이 곳에 온 뒤로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고 했다.
사람들은 캐리커를 좋아한다. 그를 찾는다. 수년 전 아들이 자살했다는 한 부부는 죽은 아들이 이 공원을 좋아했다며 늘 이 곳에서 예배 본다. 다른 베테런은 이라크에 파병된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캐리커에게 청한다. 한 할머니는 신경성 식욕감퇴로 고생하는 손녀를 위해 캐리커를 찾았다.
공원예배 목회자들은 자유롭게 예배를 주관한다. 펜실베니아 교회위원회의 일부 지침은 있지만 대부분 독자적인 스타일로 진행한다. 전통적인 틀에서 자유롭다. 코왠즈 갭 공원예배는 주로 호숫가 옆의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비가 오면 공원 내 자연관에서 대신한다.
신도들은 성경책을 가져온다. 때론 의자도 직접 들고 온다. 캐리거가 찬송가를 제공할 뿐이다.
펜실베니아 애크미의 장로교 목사에서 은퇴한 존 모로(77)는 캐리커의 설교를 듣고 감명 받았다. 모로는 “여행할 때는 혼자 있는 기분이 드는데, 공원예배에 참석하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원예배가 나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해 주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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