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주 달라스 파크랜드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출산을 앞둔 자히라 도밍게즈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도밍게즈가 멕시코에서 태어났으며 달라스 고등학교에 다니는 15세 틴에이저라는 것을 안다. 건강검진에서 임신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도밍게즈는 아이를 낳는다는 데 대해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
텍사스 파크랜드 병원 지난해 전체 산모 중 56%가 불체자
해리슨 카운티 병원 환자 20%가 불체자, 3년 새 44% 증가
JPS 헬스네트웍, “합법체류자에게만 의료서비스” 신분 확인
캘리포니아 지난해 불체자 의료비로 10억2,000만 달러 써
“이대로 가다간 파산…합법 체류자들까지 피해” 인식 확산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도밍게즈가 불법이민자라는 점이다. 애당초 이를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장 론 앤더슨 박사는 “우리병원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이민단속 요원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밍게즈와 같이 의료보험이 없는 불법이민자들이 최근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멕시코 국경 지역의 공공 병원에 밀려들고 있다. 특히 응급실과 산부인과는 이들로 대만원이다. 의료비용은 무섭게 올라가고 주정부와 카운티 정부는 이를 충당하느라 정신이 없다. 반이민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사태가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총알’이다.
공공병원은 주민들의 반발로 더 이상 그동안 관행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젠 환자들의 체류신분을 물어야 하게 됐다. 정말 난처한 입장이다.
누구든 의사의 손이 필요한 사람에게 의술을 베풀어야 하는가, 아니면 합법이민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겐 치료를 거부해야 하는가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텍사스에서는 두 개의 대형 병원이 서로 상이한 결정을 내렸다. 달라스 카운티를 관장하는 파크랜드 병원은 저소득 환자에게 염가로 치료를 해 준다. 물론 체류신분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앤더슨 병원장은 “이들은 우리 커뮤니티에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치료해 주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인근 태런트 카운티 포드워스에 있는 JPS 헬스 네트웍은 외국 태생 환자들에게는 합법 신분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병원 측은 “병원은 합법체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병원 측은 일부 합법체류 주민들에게 ‘불법이민자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불법이민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여부를 놓고 텍사스 주 전역이 시끄럽다. 휴스턴이 포함된 해리슨 카운티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해 그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카운티 의료시스템을 이용한 환자 가운데 20%가 불법이민자이며 이들의 대다수가 멕시코 출신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3년 새 44%나 증가한 수치이며 이들에 대한 치료비용으로 카운티가 9,730만달러의 부담을 지게 됐다. 이는 카운티 의료체계 전체 예산의 14%에 해당된다. 그러니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세일즈맨인 팀 캘러거(45)는 “합법 주민들의 의료비로 쓰여야 할 돈이 불법이민자들에게 쓰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들 때문에 우리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캘러거는 이어 “설령 이 곳에서 아이를 낳더라도 불법이민 산모는 추방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미국 땅에서 출산하면 아이는 시민권자가 된다는 것 때문에 이를 악물고 국경을 넘는 사람이 많다. 파크랜드 병원에서는 지난해 1만1,500명의 불법이민자 산모가 아이를 낳았다.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의 56%나 된다. 11년 전 멕시코에서 가족과 함께 달라스에 불법이민 온 도밍게즈도 여기에 포함된다. 도밍게즈는 산고를 치른 뒤 건강한 딸을 낳았다. 15세 소녀가 엄마가 된 것이다.
레티샤 마티네즈도 파크랜드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마티네즈는 “둘 째 아이를 가졌는데 유산기가 있어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이 나를 응급치료해 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첫 아이를 이 병원에서 낳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도 나의 체류신분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병원들이 지난해 불법이민자 의료비로 10억2,000만 달러를 썼다. 이는 연방이나 주정부가 보상해 주지 않는 비용이다. 병원들은 “이제 물이 목에까ㄴ지 올라왔다”고 아우성이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 없이 이대로 마냥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4년간 지속될 연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첫해인 지난해 6,600만 달러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는 간이 기별도 가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는 140만명이 무보험자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병원의 절반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처럼 계속 불법이민자들을 치료해 주다간 병원들이 파산하게 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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