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베넷 램지의 부모인 존·팻시 램지 부부가 지난 1997년 5월 램지 살해범을 체포하는데 단서를 제공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제공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마이클 트레이시 교수가 17일 언론 관계자들에게 존 마크 카의 체포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금발 소녀 램지 살해 용의자 체포
전직교사 카 사건 관련 e메일 보냈다 덜미
자백외에 물증 전혀 없어 수사 ‘산너머 산’
지난 1990년 8월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예쁜 여아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미스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미모가 출중한 여성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따 딸의 이름을 존베넷 램지라고 지었다.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예뻤던 램지는 미스 리틀 콜로라도·내셔널 타이니 미스 뷰티 등에 참가, 영예의 왕관을 썼다. 하지만 그는 성장의 싹이 트기도 전에 1996년 성탄절 다음날인 12월26일 콜로라도주 볼더 소재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폭행을 당한 후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머리에 심한 외상을 입었으며 밧줄로 목이 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그의 죽음은 전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주요 TV 방송들은 예쁜 어린이 선발 대회에 나와 무대를 깡충깡충 뛰어 다니던 금발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진 어린 소녀의 모습을 거푸 방영했다. 램지 살해사건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졸지에 전국민의 아이가 됐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시각으로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다. 부모가 용의자 선상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생한지 10년이 지나가도록 사건의 해결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영원히 미제로 남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사건의 용의자가 16일 태국 방콕에서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요 언론들은 17일 과거의 파일을 뒤져 발생에서 용의자 체포에 이르기까지 램지 사건 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베일에 쌓였던 사건의 전모가 명백히 드러날 전망이다.
◆용의자 : 볼더 카운티 검찰은 18일 볼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램지 살해 용의자로 존 마크 카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방콕에서 체포된 카는 17일 수사관들에게 “램지를 죽이기 전에 약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며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램지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또한 돈(11만8,000달러)을 뜯어내기 위해 유괴했으나 계획이 뒤틀리는 바람에 살해했다고 했다. 램지 살해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2급 살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교사 출신인 카는 수년 전 미국을 떠나 한번도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신병은 수일 내 미국으로 압송된다. 그는 일급 살인 및 유괴·어린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단서 : 카는 익명으로 지난 수개월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콜로라도 주립대학 언론학과 교수 마이클 트레이시에게 살인에 관해 진술한 전자 메일을 보냈다. 트레이시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당국에 알림으로써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2004년 ‘누가 존베넷을 죽였는가’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제작했던 트레이시 교수가 전자메일을 읽으며 무엇을 근거로 카가 용의자임을 직감했는지를 알려지지 않고 있다. 램지 가족을 대표하는 변호사 린 우드는 “전자 메일이 카와 램지의 죽음을 연결하는 결정적인 키였다”고 설명했다.
◆향후 수사 진행 : 지금까지 카의 자백 외에는 그가 램지를 죽였다는 확실한 물증은 없다. 이 때문인지 검찰 측은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우리들이 일을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언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연방법원은 2003년 램지 부부를 상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경찰국과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엉성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폐기토록 했다. 볼더 카운티 검찰도 증거가 불충분한 점을 인정하며 판사의 결정을 따랐다.
어머니 팻시 램지는 심한 마음 고생 끝에 난소암을 앓다가 지난 6월 24일 숨졌으며 수사팀은 그가 숨지기 전 “카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자신이 용의자로 의심을 받을 때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해 램지 가족에게 카의 체포는 무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와 같은 낭보였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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