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잇단 비상착륙·운행취소… 美선 오인 신고도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테러음모 적발 이후 세계가 ‘테러 노이로제’에 걸렸다. 곳곳에서 폭발물 신고로 항공기 이륙지연과 비상착륙이 잇따르는 것은 물론 유명 관현악단이 악기수송 차질로 공연까지 취소하는 실정이다.
이탈리아 경찰은 19일 폭탄이 실렸다는 쪽지가 발견돼 영국의 저가항공사 엑셀의 보잉767기를 남부 브린디시 공항에 비상 착륙시키고 승객들을 긴급 대피시킨 뒤 조사했으나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 17일에도 피지를 출발한 영국 항공기가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 긴급 수색을 받았지만 폭발물은 없었다. 16일 런던을 떠나 워싱턴으로 가던 여객기 한대가 여성 탑승객의 이상 행동으로 미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보스턴에 긴급 착륙했으나 이 여성은 고소공포증 환자였다.
바다와 육지도 마찬가지다. 시애틀 당국은 파키스탄에서 도착한 컨테이너 2개에 폭발물 탐지견이 반응하는 바람에 항구 직원 수십 명을 대피시키고 주변 800㎙에 경계선을 설치했지만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기름에 찌든 헝겊 조각이었다. 미국 미시건주에서는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인 청년 3명이 11일 월마트에서 휴대전화 10여대를 구입한 뒤 테러혐의로 체포돼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으나 관광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엄격해진 수하물규정과 검색으로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뉴욕의 성 누가 오케스트라는 지난 주 오랫동안 계획해온 영국 연주여행을 취소했다. 보안검색 강화로 악기수송이 어려워져 배로 악기를 보내려 했으나 공연 일정을 맞추지 못한 때문이다. 런던 로열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해온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ㆍ발레단도 귀국과정에서 비행기로 악기 수송이 어려워 배편과 육로로 모스크바에 보낼 계획이다. 바이올린 거장인 핀커스 주커만은 공항 보안요원이 1742년 산 바이올린 ‘과르넬리 델 제수’의 줄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영국 브리티시항공은 10일 이후 깐깐한 검색 때문에 항공기 700편을 취소했으며 승객들의 위탁 수하물 1만개가 실종됐다고 밝혔다. 영국 항공사들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최대 3억파운드(5,467억여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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