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인사라고 해도 이 같은 방송의 사유화가 용납될 수 있을까.
노현정 아나운서의 결혼을 둘러싼 공영 방송 KBS의 방송 및 제작 행태는 백번 양보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지경이다. 결혼 이후 방송을 떠나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눈물과 아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 교양 프로그램 할 것 없이 출연 프로그램마다 노 아나운서의 ‘눈물’을 포착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심지어 뉴스까지도 말이다.
지난 8일 노 아나운서의 결혼 발표 이후 KBS는 노현정을 위해, 아니 노현정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남겼다.
노현정 아나운서는 지난 1주일 내내 눈물을 흘렸다. 14일 KBS 2TV ‘스타 골든벨’의 마지막 녹화에서 눈물을 흘렸고, 16일 KBS 1TV ‘신 TV는 사랑을 싣고’의 마지막 녹화에서 역시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제작진은 결혼 축하 및 아쉬움을 전하는 내용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며 그녀의 눈물에 화답했다.
노현정을 스타 아나운서로 만든 KBS 2TV ‘상상 플러스’는 지난 17일 2주일 분 녹화를 진행하며 아예 ‘노현정 특집’으로 꾸몄다. 박경림 박수홍 신현준 등 게스트들이 노 아나운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결혼에 대한 소감을 청해 듣고 기념 촬영을 하는 등 노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갔다. 물론 노 아나운서는 울었고 그녀의 눈물은 카메라에 생생하게 포착됐다.
오락 프로그램은 노현정 아나운서의 스타성을 감안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가관은 지난 18일 KBS 1TV ‘뉴스광장’이었다. 이날 노 아나운서는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뉴스를 진행하면서 방송 도중 눈물을 흘렸다.
가장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뉴스 앵커가 개인적인 감정에 휩싸여 방송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당연히 징계감이다. 그러나 KBS측은 노현정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 한 사실을 감격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사진까지 찍어 언론사에 배포하며 홍보하기까지 했다.
지난 1주일 동안 펼쳐진 노현정 아나운서의 ‘눈물 녹화 퍼레이드’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 동안 노현정 눈물 중계 방송을 지켜 봐야 할 형편이다. 18일 ‘뉴스 광장’이 생중계였다면 ‘스타 골든벨’, ‘신 TV는 사랑을 싣고’, ‘상상 플러스’ 등은 녹화 중계 방송이다.
2주일 방송분을 녹화한 ‘상상 플러스’는 노 아나운서가 27일 결혼식을 치른 뒤 방송을 떠난 이후 2주일 동안 녹화 중계를 이어가게 된다. 노현정 아나운서가 아무리 대단한 스타 아나운서라고 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방송 사유화’다. 특히 공영 방송인 KBS에 의해 행해지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강제로 납부하는 시청료를 아까워 해야 할 상황이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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