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이사벨라 피오레가 선보인 에르메스 가죽 색상을 닮은 플랫 슈즈. 스키니 진은 물론 크롭트 진에 매치해도 발랄하면서 럭서리해 보인다.
‘오호 통재’라 아니 할 수 없겠다.
쌩얼이니 몸짱이니 하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미가 유행인 것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패션이니 메이컵은 결점 보완을 위한 최적의 무기였다. 다리가 짧은 이들을 위한 부츠컷 진이나 눈 작은 이들을 위한 인조 속눈썹에 스모키 메이컵이 그 좋은 예인데 이젠 그 호시절도 다 지나갔다.
몸짱의 유행은 초미니스커트와 스키니 진이라는 끔찍한 유행을 만들어냈고, 쌩얼로 인해 메이컵의 세계에선 내추럴이니 누드니 하는 왜 돈 받고 파나 싶을 만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는 메이컵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바야흐로 진짜 예쁘고 진짜 몸매 좋아야 한 패션할 수 있는 황당무계한, 공포스러운 트렌드가 우리 앞에 도래하고 있다.
게다가 이 트렌드는 갈수록 더 끔찍한 방향으로 진화중이다. 스키니 진의 유행은 이미 지난해 이맘때부터 예고된 바 있고 지난해 가을 겨울을 지나 올 봄에도 기승을 부렸다. 그런데 그 스키니 진에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스칼렛 요한슨처럼 굽 높은 스틸레토 힐을 받쳐 다리라도 좀 길어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올 가을·겨울 컬렉션 캣워크에서 모델들은 거의 레깅즈를 연상시키는 스키니 진에 플랫 슈즈를 신고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 이 현실세계에서 스키니 진에 플랫 슈즈를 매치하라니.
스키니 진을 입기 위해 엄청난 다이어트를 감행한 이들이라면 더 열 받을 뉴스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다리를 감추기 위해 부츠컷에 뾰족구두를 신어왔는데 이젠 다리 선을 그대로 내놓는 것도 모자라 종아리 길이까지 공개하라고? 이건 유행이 아니라 차라리 고문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겠는가. 트렌드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떤 계절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옷 장사들과 할리웃 스타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미 만들어져 내 앞에 살포시 다가오는 것을. 그래서 말인데 올 가을·겨울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앞 코에 장식 달린 플랫 슈즈 하나 장만해야 할 듯 싶다. 패션계의 천재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 대부분의 브랜드가 플랫 슈즈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올 가을엔 지금껏 핸드백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던 이사벨라 피오레(Isabella Fiore)에서조차 슈즈를 런칭하면서 예쁘고 럭서리해 보이는 플랫 슈즈를 선보였다.
특히 라우퍼(Lauper)라는 이름이 붙은 이사벨라 피오레의 플랫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에르메스 가죽을 연상시키는 오렌지 빛 가죽이 사랑스럽다.
플랫 슈즈는 키를 작게 보이게 한다는 최대의 핸디캡만 들춰내고 보자면 스키니 진 외에도 미니 스커트, 크롭트 팬츠와 함께 매치해도 좋고 어디나 신어도 편안해 보이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물론 키 작은 이들에겐 ‘그림의 떡’으로 보일 수 있지만, 패션의 의외성은 핸디캡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데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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