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라이언의 직업 행로는 지난해 휴가 두 번을 다녀온 뒤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17년째 국제 금융인으로 활동하던 중년의 전문직업인(43)이 지금은 개 훈련사로 변해 있다. ‘보케이션버케이션즈’(VocationVacations)란 곳을 통해 매서추세츠주 애거왬 소재 개 데이케어 센터에서 하루 동안 개똥 치우고, 그 다음 달에는 오리건 포틀랜드에 있는 개 훈련센터에서 3일 일정의 개 훈련을 시켜본 뒤 직업을 아예 바꿔버렸다.

은행원에서 개 훈련사, 엔지니어가 요리사로
‘드림 잡’ 맛보기 현장 실습 프로그램 인기
신물나는 직장 버리고 새 직업으로 행복찾아

“(포틀랜드에서 보낸) 30분만에 오! 세상에, 이게 바로 내가 찾던 일이야”
그는 HSBC은행을 조기은퇴하고 지금은 뉴햄프셔주에 있는 개 훈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VocationVacations’는 많은 직장인들이 현 직업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휴가를 이용해 다른 새로운 직업을 맛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업체. 라이언은 보케이션버케이션즈에서 새로운 직업을 맛본 500명중 한사람이다.
지난 2004년 문을 이 업체는 와인메이커, 패스트리 세프, 레이싱 카 팀 멤버 등 평소 꿈에나 그려보던 전혀 다른 직업을 몸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적은 위험으로 다른 직업에서 ‘베이비 스텝’을 떼 본다는 점에서 인기 만점이다. 이 곳을 통해 맛 볼 수 있는 직업은 200여종. 하루내지 2~3일 코스이며 현장 경험을 직접하게 하는 점이 핵심이다. 물론 실습 전후로 커리어 코칭 세션이 따라 붙는다.
비용은 400달러(교통및 숙박비는 별도)에서 시작해 LA서 받는 3일 일정의 일류 웨딩 플래너는 1,999달러이며, 그웬 스테파니의 뮤직 비디오 코리오그래퍼(2일 일정)는 1,399달러로 다양하다.
연예, 스포츠, 요리, 패션, 애완동물 관련 직업들이 인기가 높다.
소위 학습 휴가(learning vacations), 교육 여행(edu-travel)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보케이션버케이션즈는 ‘프로페셔널’ 실험이라는 점에서 다른 업체와 차별화 된다.
최고의 인기 클래스는 글쓰기와 쿠킹이지만 브릿지나 투우를 경험하게 하는 클래스도 있다. 이외에도 인기코스는 상당수. 프로 쿠킹 칼리지 ‘아메리카 요리학교’(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는 아마추어들에게 프로의 맛을 보게 하는 코스로 각광받고 있고, 콜로라도 코르테즈에 있는 ‘크로캐년 고고학센터’(Crow Canyon Archaeological Center)는 발굴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ip Barber Racing School’과 ‘Bertil Roos Racing School’은 하이스피드 드라이빙 강습으로 유명하다.
보케이션버케이션즈의 설립 내력은 창설자 커스 본인의 인생항로를 많이 닮았다. 보케이션-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1999년 시카고의 케네디 익스프레스웨이에서 트래픽에 잡혀 이런 저런 공상을 하던 중에 나왔다. 당시 그는 지역전화회사 아메리테크에서 제품 매니지먼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직업적으로 심한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살만 붙었고 머리는 빠지고 나이보다 빨리 늙은 것 같았다. 내 직업과 보스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나 자신 불행하다고 느꼈다. 개를 훈련시키거나 와인 컨트리에서 포도를 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백일몽을 꾸었다.”
그는 몇주뒤 ‘Vocation- Vacations.com’ 웹 도메인을 등록했고, 그리고 다시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고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는 닷컴 기업에 가담했고 회사서 해고된 뒤에는 크로스 컨트리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은 2003년 오리건 포틀랜드의 포도밭에서 일꾼으로 일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포천 500대 기업의 매니저에서 타호 뒷산 포도원의 일꾼으로 변했다. 하지만 난 그 일을 사랑했다”
그는 여가를 이용해 비즈니스 플랜을 만들고 2004년 1월 ‘오리건의 10가지 직업 맛보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VocationVacations’를 출범했다. 지금은 33개주에서 아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2005년 컨퍼런스보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직장인 중 절반만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현직업에 대한 불만은 점점 높아가는 추세.
‘VocationVacations’의 고객중 3분의2는 직업을 완전히 바꾸기를 원하며 나머지는 다른 직업에 대한 호기심에서 참가한다. 바닷가서 낚시를 하거나 골프를 치기보다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실험적 여행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케이션버케이션즈 프로그램 참가를 계기로 은행가에서 개훈련사로 변한 라이언. 선망의 화이트칼러 잡을 버린 그는 지금 행복할까?
“내 인생에서 가장 돈을 잘 벌고 있었지만 나는 그 일을 원치 않았다. 지금 혈압도 정상으로 내려가고 친구들도 내가 신수가 훤하다고 말한다.” 그는 진심으로 현재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