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내 한 매장에 진열된 스위스 브랜드 ‘발리’ 핸드백. <서준영 기자>
‘특권층 상징’은 옛말
10~20대도 빚내 구입
‘수만 달러짜리 시계와 수천 달러 옷과 신발, 두 알에 1,000달러에 달하는 귀족호두 그리고 4만 달러 짜리 황금수의’ “명품 공화국” 한국을 일컬어 비꼬는 수식어다. 온 국민이 명품구입에 열을 올리고 이에 가짜 명품 파동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한국에선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명품이 서민층에 깊숙이 파고들어 이젠 이를 하나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400달러를 넘는 ‘페라가모 구두’, 1,000달러를 훌쩍 넘는 ‘루이비통 핸드백’은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생필품(?)이 된지 오래다. 샐러리맨과 대학생은 빚을 내가며 명품을 구매하고 초등학생 등도 용돈을 모아 명품 액세서리를 가지려 노력한다.
루이비통도 “흔하다” 핀잔
‘명품 성형수술’까지 등장
문제는 한인들이 모여 사는 LA한인타운도 ‘명품공화국’이란 오명에 별 할 말이 없다는 것.
밸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이모씨는 최근 1,500달러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을 구입하고는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너무 사치스럽다는 얘기가 전혀 아니었다.
뜻밖에도 친구들은 “루이비통은 너무 흔하다”며 “끌로애나 발렌시아가 백 정도는 들어야 멋쟁이”라고 설명했다는 것. 이름도 낯선 ‘마크 제이콥스’ ‘끌로애’ ‘발렌시아가’ 등 적게는 2,000달러 많게는 1만3,000달러에 달하는 핸드백들이 한인들 사이로 크게 유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인타운의 또 다른 명품족들은 10∼20대의 젊은 층이다.
1.5세와 2세 등에 비해 유학생들이 명품에 훨씬 신경을 쓴다는 점이 특징. 유학생 김모씨는 “몰라서 안 보이는 거지 아는 애들끼리는 교회가서 누가 뭘 신고 뭘 입었다고 서로 이야기한다. 집안 형편이 좋아 유학 온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천달러 정도 제품을 구매하는 데도 큰 망설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동부에서 공부하고 LA로 직장을 구해 온 박모씨는 “한인이 별로 없었던 보스턴 등지에서 공부할 때는 아무도 명품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한인은 정말 잘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전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명품선호 현상’에 대해 한국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최근 한국의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들의 사회에서 부티 나고 세련되게 외모를 잘 치장하면 대인 관계와 비즈니스 등 하는 일도 잘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들에게 명품 치장은 신체적 콤플렉스와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면 성형수술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명품바람은 도를 넘어 이젠 신체로 이어져, 요즘은 명품성형·귀족성형이라는 단어까지 심심지 않게 들린다. 여드름 기미 등 얼굴의 잡티를 없애주는 ‘IPL’시술은 한번에 500∼1,500달러이고 세 번을 해야 효과를 보는데도 줄을 서서 해야 할 정도라는 것.
지나친 획일화 현상도 문제다. “나만의 패션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명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층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안 할 수 없어서”란 이유로 형편에도 맞지 않는 명품을 구매한다는 비판이다.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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