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집·세탁소·미용재료상점 등 그대로 방치
한인 업주들 생계 막막… 막노동판서 날품팔이도
물은 말랐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다 체념했지요. 1년이 지났지만 여긴 여전히 전쟁터의 폐허와 같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재앙이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뉴올리언스 이스트지역의 한인상가 밀집지역은 여전히 물에 잠겨 있던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카트리나 침수 피해로 3개월 동안 물이 잠겨있었던 이 지역은 물이 빠졌을 뿐 폭격을 맞은 것처럼 부서진 상가들은 지난 1년 여 동안 발길이 끊긴 채 ‘유령의 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휑하니 폐허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흑인 밀집지역인 이스트 뉴올리언스에서 미용재료상을 했던 김선일씨의 ‘올 플러스 뷰티 디포’는 24일에도 여전히 수많은 미용재료 제품들이 널려 있고 상점을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다.
김선일씨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지역에서 영업했던 많은 한인업주들은 이제 체념상태다. 먼 산만 바라보면 넋을 잃은 채 대책 없는 나날들을 보내면서도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J&B세탁소를 이 지역에서 운영했던 김학배씨도 역시 1년이 다되도록 폐허가 돼버린 가게가 방치되어 있으나 건물주의 처분만 바랄뿐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보험회사로부터 생계비 보조를 받고 있지만 최저생계를 이어가는데 불과하다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 지역 한인 피해상가 복구대책위원회의 김선일 회장은 “많은 한인 업주들이 1년이 다되도록 영업을 하지 못해 지금은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에 나가 날품팔이를 하기도 한다”며 “카트리나 1년이 지나 또 다시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지역인 뉴올리언스의 이스트지역을 지난 19일 방문해 피해건물 잔해 청소 작업을 돕고 있는 한인 청소년들도 아직까지 복구가 요원한 이 지역 현실을 보면서 할말을 잃었다. 청소년 피해복구단인 ‘오렌지’를 이끌고 뉴올리언스에 체류중인 민족학교 마성표씨는 “부유층이 거주하는 웨스트 지역은 이제 상흔을 찾기 힘들만큼 복구가 완료됐으나 한인상가가 밀집한 이스트지역은 아직도 복귀하지 않은 주민이 3분의2에 달해 유령의 도시와 같다”며 “21세기 미국의 한 구석에 이러한 현실이 엄존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복구대책위 관계자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많은 한인업주들이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져 건물주들의 처분만 바라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나마 재력이 있는 업주들은 웨스트지역으로 옮겨가기도 하지만 영세한인 업주들은 이제 생계마저 막연하다고 실상을 전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난 지 1년이 지나도록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스트 뉴올리언스의 나인스워드 지역의 피해 가옥의 24일 현재 모습이다. 이 지역은 저소득 흑인밀집 지역으로 미용재료상, 세탁소를 중심으로 한인 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본사 전송>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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