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닭이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개는 짖지를 않았고 닭은 새벽에 회를 치며 울지도 않았다. 그래서 개가 어느 날 닭에게 물었다. 너는 왜 새벽에 울지를 않느 냐고.
주인이 백수가 됐는데 새벽부터 깨울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게 닭의 대답이었다.
이어 닭이 개에게 물었다. 그러는 너도 도통 짖는 것을 못 보았는데 무슨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개의 대답은 이랬다.
“앞집 사람은 부정축재자이고, 뒷집 사람은 모리배, 옆집 사람은 투기꾼, 주인은 아무리 보아도 사기꾼이 된 것 같고, 모두가 도둑놈이니 누굴 보고 짖으란 말이냐.”
IMF 이후 한동안 유행하던 말이라고 한다.
반대의 이야기가 있다. 그 출처는 고전으로,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송나라 어느 주막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정직한 사람이었고 거기다가 그가 만든 술은 맛도 좋았다.
주막이라는 깃발을 높이 달고 술을 팔려고 기다렸으나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담가놓은 술은 그래서 상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동네의 한 현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기르는 개가 문제라는 거였다. 사람만 오면 사납게 짖어대 사람들이 술을 사러 그 주막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인 앞에서는 항상 꼬리만치는 이 개가 그렇게 사나운지 주막집 사나이만 몰랐던 것이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의 고사다.
‘도둑이 들려니 개도 짖지 않는다’-. 바다이야기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한 발언이라고 한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을 몰랐다는 것으로, 최소한 권력이 의도적으로 개입한 비리는 아니라는 설명으로 들린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안 짖는 개’는 정보 수사 당국, 또 청와대의 보고 라인 등을 말한 것으로 짐작된다.
사사건건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온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워치 독’이라고 불리는 언론에 파수견 역할을 기대했을 리는 만무이니까.
어쨌거나 당연히 짖어야 할 개들이 짖지 않았다. 이 사태를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도둑이 개에게 먹이를 던져주었나, 아니면 짖어보았자 다 한통속이라는 체념에서였나.
다른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짖기는 짖었는데 외부를 향해서만 사납게 짖었고, 대통령 앞에서는 꼬리만 쳤다. 주막집의 사나운 개처럼 말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그래서 혼자만 몰랐다.
어느 쪽 추리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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