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시간’도 4일간 1만명 기록
역시 행복은 상대적이다. 관객 1천만 명을 넘어서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괴물’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 천분의 일인 1만 명을 모아도 기뻐하는 영화들이 있다. 여기저기서 ‘1천만’을 운운, 둔감해진 탓이지 사실 1만 명도 적지 않은 숫자인 것이다.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게 고함’과 일본 영화 ‘유레루’에 이어, 이탈리아 영화 ‘라스트 키스’가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고 자축했다. ‘유레루’의 경우 개봉 15일 만에 3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라스트 키스’는 28일 7월6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관 개봉해 8주만에 관객 1만 명을 모았다고 기뻐했다. 그나마도 개봉 3주 이후에는 하루 한 차례씩만 상영했으니 샴페인을 터뜨릴 일이다.
그런데 한 작품 더 있다. 24일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시간’도 나흘간 1만317명을 모았다. 평균 좌석수가 130개인 전국 12개 스크린에서 상영해 거둔 성과다.
하지만 ‘시간’ 측은 조용하다. 나흘간 12개 스크린에서 1만 명을 모았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수치. ‘괴물’이 수백 개의 좌석이 있는 600여 개의 스크린에서 1천만 명을 모은 것과도 비견될 수 있다.
’시간’의 배급사 스폰지 역시 29일 내부에서는 괜찮은 성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좀 더 많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김 감독이 ‘시간’에 20만 명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인지, 이어 며칠 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자학하며 한국 영화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해서인지, 공개적으로 1만 명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외국에서는 20만~30만 명을 모으는 것에 반해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간 상영관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현실에 비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신의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자조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그러한 발언과 태도는 ‘시간’을 찾은 1만 명의 관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 자신의 영화 규모와 성격 역시 배제한 것이다.
물론 배급과 마케팅은 중요하다. 그가 2002년에 선보인 ‘나쁜 남자’와 ‘해안선’이 각각 45만 명과 70만 명을 모았던 데 배급과 마케팅의 힘이 크게 작용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작품의 흥행이 과연 그 때문만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어떤 이유에서든 대중적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다.
’내 청춘에게 고함’과 ‘라스트 키스’가 1만 명을 모으기까지는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것을 ‘시간’은 나흘 만에 달성했다. 그런데도 김기덕 감독에게 ‘1만 명’은 단지 ‘20만 명’에 한참 모자란 숫자이기만 할지, 그의 현재 심경이 궁금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