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 아나운서 이규항씨
’언어운사’(言語運士). MBC 아나운서국이 운영하는 웹진의 명칭이기도 한 이 말은 KBS 출신의 원로 아나운서 이규항(67ㆍ사진)씨가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아나운서의 역할을 정의한 조어다. 그는 ‘사’자를 ‘스승 사(師)’로 쓰기도 한다. 아나운서란 모름지기 언어의 테크니션이자 국민의 국어교사로서 우리 말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도 국내 최고령 야구중계 캐스터로, 대학과 사설아카데미의 방송언어 강사로 활동하며 ‘언어운사’ 역할에 충실한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아나운서의 정체성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무조건 탓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변해야 할 것이 있고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지요. 맷돌도 윗돌은 계속 돌지만 밑돌이 움직이지 않아야 제 역할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언어운사’란 말에 담긴 아나운서의 본분은 맷돌로 치면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되는 밑돌에 해당합니다.
이씨는 말의 품격이 무너진 요즘 방송을 ‘언어교통사고’ 방송이라고 개탄한다.
’춘향전’을 극화할 때 이도령과 춘향, 방자와 향단이 말씨의 품격 대비가 재미를 더하듯이 종합예술인 방송의 언어도 격식체와 비격식체가 공존합니다. 그런데 요즘 방송은 주류와 지류가 뒤바뀌어 방자와 향단이 말투가 판을 칩니다. 훈련이 안된 사이비 방송인의 마구잡이 기용 탓인데, 일부 아나운서들까지 본분을 잃고 부화뇌동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는 아나운서 위기론은 과거에도 있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나운서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스타 대접에 들뜬 아나운서들도 그것이 노력의 결과인지, 50, 60대가 돼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새겨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