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뉴스데스크의 엄기영(왼쪽) 앵커와 박혜진 아나운서.(맨 위) 재벌3세와 결혼한 노현정 아나운서.(중간) 김지연, 김경란, 이정민(왼쪽부터) 아나운서가 촬영한 남성 잡지용 사진.
끼·재치 무장 오락프로 진행… 튀는 행보 잇따라 ‘정체성 논란’
최근 이정민(MBC) 김지연(SBS) 김경란(SBS) 아나운서의 남성잡지 ‘아레나’ 화보 촬영이 화제에 올랐다. 단정한 이미지의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섹시’ 화보를 찍은 것도 파격적이지만, 일부는 대외 활동 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 내규를 어겨 더욱 논란이 됐다.
노현정, 강수정 KBS 아나운서가 지난해 공익광고에 출연하면서 규정 이상의 사례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논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들이 이 같은 파격 행보를 감행한 데는 깊은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며느리가 된 노현정 아나운서와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후임자 선정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이 보여주듯, 요즘 아나운서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과 달리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BS는 노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뉴스광장’의 후임 앵커를 선발하면서 아나운서를 배제하고 ‘5년차 이상 여기자’만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다.
뉴스제작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여기자들의 자원도 풍부하고 뉴스 전달력이나 외모도 아나운서 못지않다는 보도국 내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나운서는 취재 경험이 없어 비상시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일부는 원고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서 솔직히 오락 등 별의별 프로그램을 다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뉴스에 ‘올인’ 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노현정을 스타로 만들어준 ‘상상플러스’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나운서가 끼와 재치로 무장한 연예인 MC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강수정도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에 불을 붙인 KBS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코너에서 최근 하차했고, MBC ‘무한도전’은 나경은 아나운서를 내세웠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전문직이지만 실질적인 ‘정년’이 짧은 것도 아나운서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 아나운서는 방송사가 기회를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때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거나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눈길이 쏠렸을 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히 대외 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뉴스에서 오락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다 할 수 있지만 역으로 어느 한 분야도 ‘불가침’의 영역으로 확실히 꿰차지 못하는 현실, 아나운서의 정체성 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위기의 심화에는 방송사측의 임기응변식 대응도 한 몫 한다.
방송계 인사는 연예인화한 아나운서가 유독 KBS에 많은데, 이는 스타 MC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자 아나운서들을 오락 프로에 대거 기용한 결과라며 다른 방송사들도 아나운서의 자질에 따라 장르별로 전문화 해 키우려는 장기적인 안목과 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 김주희 SBS 아나운서의 미스유니버스 대회 출전을 옹호한 여론이 적지 않았듯이, 일부에서는 아나운서를 ‘다소 지적인 연예인’으로 정의한다.
교양과 오락, 보도 프로그램의 구분이 갈수록 무너져가는 요즘, 이런 규정이 오히려 정답일 수도 있다. 연예인이되 연예인과는 다른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는 아나운서들의 선택과 노력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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