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에 속한다. 공룡들이 지구를 지배하던 중생대부터 번성해서 이제까지 거의 형태를 바꾸지 않은 채 생존해 왔으니 상상을 초월하는 끈질긴 생명력이다. 그에 비하면 인류는 지구에 등장한 순서로 볼 때 후배 중에서도 새까만 후배에 속한다.
악어는 고대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열대림의 늪지를 배회하며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괴력, 흉측한 외양 등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며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악어가 서식하는 열대지방에서는 거의 모든 부족들이 악어를 신성시하는 전통이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와 뉴기니의 부족들은 악어를 조상의 화신이라고 믿었고, 인도에서는 마갈이라는 악어의 신을 섬기며 악어를 길러 숭배하는 지방이 있다. 고대 이집트 역시 악어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악어의 머리를 한 신 소베크를 숭배했고, 아프리카에서는 악어를 물의 신이라고 믿는 부족들이 많이 있었다.
악어(鰐魚)의 ‘악’ 자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악’이고 보면 중국에서도 악어는 범상한 동물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공포와 숭배의 대상이던 악어의 운명은 인간이 무기를 만들어내면서 추락했다. 특히 총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악어는 여성들의 가죽 가방이나 구두, 미식가들의 고기로 바뀌는 신세가 되었다. 악어가 새로운 의미에서 ‘숭배’의 대상이 된 셈이다.
악어가 징그럽다고 TV화면에만 나와도 외면을 하는 여성들도 악어 백에는 혹하는 것이 악어에게는 불길한 운명인 셈이다. 특히 악어가죽으로 유명한 콜롬보 핸드백은 많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150여년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브랜드 콜롬보는 기존의 검정색이나 갈색 대신 녹색, 주홍색 등 다양한 칼러의 악어백을 만들어서 인기를 얻었다.
악어가죽의 인기가 높아지고, 악어가죽 제품이 늘어나면서 줄어드는 것은 살아있는 악어들. 악어가죽이 비싸게 팔리자 여기저기서 남획되면서 거의 모든 종에 걸쳐 악어들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일부는 멸종위기에 처해 보호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 악어들이 좋은 친구를 잃었다. ‘악어 사냥꾼’이란 별명의 호주인 동물 보호운동가 스티브 어윈이 지난 4일 사망했다. 디스커버리 채널 등을 통해 그를 장난스런 이웃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느끼던 어린이들, 그가 던지던 동물 보호 메시지에 공감하던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 호주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며 자랑스러워하던 호주 국민들 등 전 세계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아울러 미디어들은 “전 세계의 악어들에게 슬픈 날”이라며 악어 보호에 적극적이던 ‘악어의 친구’ 로서 그의 공로를 보도했다.
독사를 맨손으로 잡고, 악어를 생포하는 등 그의 ‘동물 사랑방식’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다. 쇼맨쉽이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그가 위험에 몸을 던지면서 거둔 업적은 부인할 수가 없다. 공포의 대상, 혐오의 대상이던 야생 동물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느끼게 만든 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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