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나는가” 나이 들수록 초조, 명예욕 심해져
“나를 알아 달라” 본성, 인종·문화·국가·종교 등과 무관
중국이나 독일이나 도시주민 30% 이상 “떠보고 싶다”
인도 힌두 마을 청빈한 과부들의 치열한 순수성 경쟁
죽음을 또렷이 인식하면 자신 장점 더욱 살리려 매진
많은 사람들은 구석진 사무실이나 바닷가 큰집보다는 무언가 다른 것을 추구한다. 남의 주목을 받고 싶어한다. 군중들 사이에서 목에 힘을 주면서 걸어가고 싶어한다. 화려한 집이나 사무실에서 외롭게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속에서 두드러지길 원한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한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잊혀지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바람이 혼재한다.
심리학은 그동안 인간이 추구하는 명예, 명성, 유명세에 대한 연구에 게을렀다. 인간 행동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박한 개념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명예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명예는 인간 행동의 하나의 목적으로 설정한다.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이러한 행동이 야기하는 심리적 영향을 분석한다. 명예욕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 명예욕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강해진다. 잊혀져간다는 위기의식이 싹튼다.
심리학자인 오빌 브림은 저서 ‘Fame Motive’에서 “당대에 명예를 얻지 못한다 해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사후에도 이 욕구를 실현하려 애쓴다”고 언급했다. 일명 ‘사후 명예’(posthumous fame)다. 브림 박사는 “이는 중세 사람들의 내세관과 흡사하다. 죽어서 내세에 보다 나은 삶을 영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유명해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욕구는 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이 사는 시골마을에 과부들이 있다. 이들은 평생 슬퍼하고 생활을 검약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마을에서 무언가 포지션이 생기면 종종 서로들 나서서 하려고 한다.
시카고 대학의 비교인류학과 리처드 시웨더 교수는 “인도 과부들이 서로 순수성 경쟁을 한다. 혹자는 생선, 달걀을 먹지 않았다고 자랑한다. 고기를 먹은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디어가 포진하고 있는 도심 주민들의 명예욕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든 미디어에 얼굴이 비쳐지고 자신이 소개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문화나 인종, 종교도 상관없다. 이러한 욕구는 모든 사람에게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국이나 독일의 도시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유명해지길 꿈꾸는 사람이 성인 중 30%에 이른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예를 들어 15분 정도라도 자신이 유명해지는 상황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4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경우는 더하다.
저명한 심리분석가인 에릭 에릭슨 박사의 딸 에릭슨 블로랜드는 아버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모른다.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에 사라졌다. 아버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남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도록 신경을 썼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도록 연막을 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사람의 명예욕에 연결된 변수는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잠재의식이 사람으로 하여금 명예를 추구하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사람들에게 특정한 날에 죽음을 상기시키면 자신의 가치를 보전하고 증진시키는 일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힘을 중시하는 사람은 손에 힘을 더 쥐게 되고, 요리솜씨가 있는 사람은 여기에 더 매진하며 외모가 잘난 사람은 외모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스트레스 증가를 야기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명예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족하거나 평범하게 친구들과 더불어 지내는 사람보다 스트레스 레벨이 높게 나왔다. 소설가, 작가, 배우, 가수 등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부류가 많다.
이들은 인정을 받으면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명예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다 인기가 없어지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극한 행동을 하는 수가 있다. 자살이 그것이다. 아니면 마약이나 술에 의지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래도 사람들은 명예를 추구한다. 명예를 누리는 것이 한순간이 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자아를 상실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명예욕을 계속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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