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구가 우리집 뒷마당의 터줏대감이 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언제나 함께 놀아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그와 자주 놀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핑구에게 짝을 지어 주었다. 날씬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의 하얀 털이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새색시는 이름하여 ‘Snow’다. 스노우는 인사성이 무척 밝다. 사람만 보면 즉시 짖고 점프하며 귀찮을 정도로 코를 부벼대며 애교를 부린다. 반면 핑구는 멋적은 듯 외곽만 돌다가 나중에 슬며시 접근하곤 한다. 이것만 봐도 역시 여자가 모든 면에 빠르고 적극적인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스노우를 만난 핑구 녀석,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계속해서 스노우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닌다. 자존심도 팽개치고 터줏대감 감투도 내려놓고 새로 등장한 신부를 향해 한껏 부푼 가슴을 주체 못한다. 하지만 신부 스노우에겐 핑구가 달갑지 않은 건달에 무례한 녀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린 탓인가. 전기도 통하지 않고 궁합도 맞지 않는지 애타는 핑구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여하튼 나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몇달 후면 새끼를 낳겠지 그러면 누구누구에게 분양해주지 하는 나의 모든 기대들을 수포로 만드는 스노우가 맘에 걸린다.
스노우는 말괄량이에 성질이 아주 앙칼스럽다. 잠시도 가만 있질 못하고 덤비는 성격이다. 참다 못한 핑구 녀석도 드디어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무섭게 물고 힘으로 깔고 뭉개버린다. 삽시간에 뒷마당은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특히 맛있는 특식이 제공될 때는 핑구가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다 먹어 치우려고 으르렁대고 스노우 역시 결사적으로 항거한다. 좋은 음식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함이 참 안타까울 뿐이다.
정답고 화목하게 잘 지내길 바라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두 녀석 때문에 매번 마음만 잔뜩 상한다. 그러다가도 왼쪽 앞 다리를 절뚝거리는 스노우를 보니 퍽 애처롭다. 그러나 언제나 도전장을 먼저 내는 놈은 스노우 쪽이다. 그리고 지는 놈도 스노우다. 언제쯤이면 화목해질까 기대해 보지만 그들의 싸움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저러다간 천생연분은 커녕 평생 원수로만 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둘을 짝지운 지 벌써 100일 정도 되었다. 좋은 베필로 만나 심심찮게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 짝지어 준 주인의 속마음도 모르는 한심한 놈들 같다. 너무 잘난 걸까 아니면 나이 차이가 너무 큰 걸까? 핑구는 2살 반, 스노우는 1살 반이다. 이놈들 화해할 날만 손꼽아 기다려 본다. 핑구 역시 기가 너무 센 마누라 만나서 혼나는 중인 것은 틀림없는데 언제쯤 사랑이 싹터서 서로를 이해하며 양보하는 미덕이 동물 세계에서도 나타날 것인지. 그래, 말 못하는 동물이라도 살다보면 미운정 고운정 들기 마련일테니1년만 더 참고 기다려 보아야 겠다. 우리 집 진돗개 부부에게 화목한 날이 오고 예쁜 새끼가 탄생되길 기원해 주세요. 그럼 귀여운 강아지들 무료로 분양해 줄께요.
<한국일보 어스틴지국장 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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