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참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지 5년,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승리를 ‘Mission Complete’라는 현수막 하에서 선언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테러의 위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클린턴과 전 부시 대통령의 포용과 타협정책이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을 조성하였다고 믿는 현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텍사스식 강한 외교정책을 택하였다. 그는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대량 학살무기, 그리고 근거 없는 빈 라덴과의 관련설 등을 이유로 전쟁을 강행하였다.
외교에 경험이 없이 단순한 세계관을 가진 그는 흑백논리로 자기가 싫어하는 국가를 적으로 몰아붙였다. 악의 축이란 새 단어를 2002년 만들어 이란, 이라크, 북한을 공식적으로 거명하여 대화의 창구를 막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경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 온건파 무슬림들을 과격파로 만들어버렸고 미국에 대한 테러 의지만 더 강하게 하였다. 이라크 전쟁은 이제 거의 시민전쟁으로 발전되어 하루에 수십명이 자살폭탄에 죽어가도 모두는 무관심 상태가 되었다.
아프칸의 알 카에다 훈련장이 없어지고 빈 라덴의 많은 간부들이 검거되었으나 테러의 위협은 증가되고 최근에는 비행기 탑승 때 기존의 신발 조사 외에 치약이나 머릿기름 병을 금지하기까지 하였다.
빈 라덴은 이제 아랍을 비롯해 전 세계 무슬림 민족의 영웅이며 그들에게 소위 성전을 고무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적극 지지한 미국은 아랍 국민들의 반미감정만 고취시키게 되었다. 게릴라전을 펼치는 헤즈볼라군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은 전쟁에 무관한 교량, 발전소, 항만 등 남부 레바논의 모든 시설을 파괴하였고 석유 저장소를 폭격하여 레바논의 해변을 오염시켰고 적이 주거하는 마을은 무차별 폭격을 가하여 온 마을이 파괴되었다. 이로 인해 한달간의 전쟁에 수천명의 양민 사상자를 내었고 레바논 인구의 거의 4분의1인 100만이 난민이 되었다고 국제 인권위원회가 발표하였다.
이스라엘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전쟁을 치른 것이다. 그들은 승리 대신 세계의 원성을 가져오게 하였다.
미국, 그리고 서구 우방국가들이 아무리 테러와의 전쟁을 강력하게 추진한다 해도 무슬림 전체가 미국을 이스라엘과 동등하게 적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상 그것은 막기 어려운 것이다. 속담에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한다고 하는 단순한 논리일 것이다.
미국은 이같이 끝이 안 보이는 전쟁을 계속 끌고 나갈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역사를 잘못 읽었다. 그는 힘으로 세계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강경정책은 상대방도 강경정책을 택하게 된다는 평범한 원리를 상기했으면 한다.
자기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 침공은 반 테러전쟁에 꼭 치러야 할 전쟁”이라는 주장을 이제는 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정책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슬림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반미감정, 적대감이 무엇에 기인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들과 대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따스한 햇빛이 강한 바람을 이기고 외투를 벗겼다는 이솝의 이야기에 담긴 진리를 포용했으면 한다.
부시 대통령이 가진 자신의 고집, 위신, 체면 등이 대화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의 고집을 꺾고 정책을 전환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마 그 것은 차기 2008년 선거에나 결정이 날 것이라 본다.
김종율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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