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이 40이 넘으신 분들에게 좀 죄송한 얘기지만, 이 분들이 150년전에 미국에서 태어난 평균수명을 사는 이들이라면 이들은 벌써 이 세상에 없는 분들이다. 지금 연세가 70이면 옛날로 치면 40이라고 하는 얘기가 우습게 들리는 분들은 보험업계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면 놀랄 것이다. 지금 70은 그 옛날 40보다 8년이나 생리적으로 더 젊다.
이 통계자료들을 말씀드리는 것은 얼마나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가 달라졌는가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60을 맞이하면서(부시 대통령이 한 예) 여러 사회적 변화가 엄청나게 왔고, 또 앞으로 오게 된다. 사실 은퇴란 말 자체가 옛날엔 별로 나오지 않던 얘기인데, 그 이유는 옛날엔 40을 넘어 사는 사람 숫자가 워낙 적어서 은퇴란 걸 해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란 얘기가 YS 정부시절 나오면서 60넘은 분들이 정리되더니만 곧 50넘은 이들이 강제은퇴들을 당하고 지금은 40대 중반에서 커리어가 끝나는 불안에 떠는 한국 얘기는 아니고,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 상관되는 얘기를 하려 한다. 사실 본국에선 경제가 좋지 않아 중년에 강제은퇴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의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정치판에서는 “60 넘은 사람들은 투표할 필요도 없다”는 철없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었는데(그 얘기를 한 전 여당대표 정씨도 몇년 안 있어 60이 된다) 미국에서는 나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사회가 그래도 현명해서 우리 모두가 매일 매일 나이를 먹고 늙어 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늙어가면서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의 재정에 대해서 어두운 예상을 할 수밖에 없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이런 제도들을 처음 만들 때는 평균수명이 훨씬 짧은 걸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이 너무 건강하고 오래 살아서 사회문제가 생긴 셈이다.
통계를 더 보자. 지금 65세 되는 부부가 있으면 그중 한 사람이 85세까지 살 확률이 80프로가 넘고, 100세 가까이 살 확률도 4분의1이나 된다. 이러니 2030년이면 65세를 넘는 이들이 전 미국인구의 5분의1이 되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 다음에는 또 인구가 너무 줄어서 그렇게 되었는데, 노동하는 인구 4명이 한 사람의 은퇴한 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이 비율은 2050년에는 노동인구 2.6명당 한 사람의 은퇴인구가 되는 기가 막힌 일이 생기게 된다.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50대 정도에서 일찍 은퇴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65세에 은퇴해도 평균수명 연장 때문에 앞으로 거의 30년을 은퇴생활을 해야 하는 셈이 된다. 그런데 많은 은퇴한 미국인들이 사실 은퇴해 보니 매일 골프 치고 카드놀이 하는 것도 지겨워 다시 자기 나름대로의 일들을 만들어 다시 일하러 나오는 것이 지금의 추세가 되어 있다.
사실 사회보장제도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은퇴연령을 최근에 올린 66세, 67세가 아니라 2~3년 더 올려야 문제의 장기적 해결이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위기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지금 30대의 젊은이들은 아마 70까지는 일해야 은퇴연금을 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벌써 70을 넘어서까지 일하는 분들은 연방재정 쪽에서 보면 상당한 공헌을 하는 애국자들인 셈이다. 또 일하는 데에서 오는 활력도 이들의 인생에 도움되는 면도 크니까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이들은 적어도 70까지는 일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 될 것 같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