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호 목사 (보스턴 성령교회 담임)
오래 전 조금 읽다가 책장에 꽂아 두었던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왜 부흥이 지체되나?’(Why Revival Tarries)라는 Leonard Ravenhill의 책이다.
목회자들에게 매서운 도전과 충격을 던져주는 책이다. 책 시작에서 저자는 이렇게 설교자들을 꾸짖고 있다.
“이 늦은 시대의 커다란 비극은 많은 죽은 사람들이 강단에 서서 죽은 사람들에게 설교를 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 소름이 죽 끼칩니다. ‘해 아래서’ 참으로 기이한 일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정통주의자들 가운데서도 기름 부으심 없이 설교를 하고 있는 일입니다. 형제들이여, 우리가 영적으로 두 배 늘어날 수만 있다면, 지적으로는 절반으로 줄어들어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의 이름으로 일하는 듯 하나 사실은 자신의 방법과 논리가 앞서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자리를 우선 앉아도 괜찮은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부흥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부흥인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몇 사람의 지도자를 위한 부흥이라면 구태여 하나님께 기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업자적인 경영방법을 이용하면 그런 정도의 부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부흥의 결과와 혜택을 하나님이 인정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 교회에서 일 년에 한 두 번씩 있었던 부흥회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부흥사가 오면 으레 우리 집에서 주무시거나 식사를 한두 끼 정도는 하셨다. 목사님을 극진하게 생각하는 어머님은 보통 때 구경하기도 힘든 음식들을 준비하여 대접하곤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교회는 부흥 세를 거듭했다.
한국 교회의 부흥의 그늘에는 말씀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성도들의 수고가 있었다. 예수님이 칭찬하셨던 과부와 가난한 자의 두 렙돈(2달러 정도)같은 헌금들과 정성이 모여 교회는 엄청난 부흥을 이루어 왔다.
교회를 부흥하도록 만드신 하나님의 기대는 분명 다른데 있었다고 본다. 요즈음 한국 교회가 겪는 젊은 세대들의 탈 교회 물결을 시대적인 추세로만 볼 수 없다. 하나님이 주신 부흥의 기회를 잘못 사용했기 때문에 오는 영적인 적조현상이다.
선물로 주어진 부흥의 유산을 가난한 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며, 고통받는 자들과 나누어야만 했다. 중세 천주교가 몰락했던 대중적인 원인은 성경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부(富)를 교황과 사제들이 탕진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의 원리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자들에게 소유권을 빼앗는 것이 하나님의 경영원칙이다.
필자가 사는 보스턴을 학문의 도시라고 한다. 이유는 세계의 명문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해마다 졸업하고 새로 유입되는 변화의 도시다. 보스턴의 생활비는 미국에서도 가장 비싼 곳이다. 물론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재정적인 기본이 되어있지 않으면 공부하기 힘든 곳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뿌리고 간 돈으로 보스턴은 부자 도시다. 그러나 정치적인 부패가 심각하다보니 정당하게 분배하지 못하는 도시에 속한다. 젊고 활기찬 도시지만 노숙자가 3,000명에 가깝다.
타락한 정부가 눈이 어두워 해내지 못할 때 교회가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50여개의 한인교회가 있지만 이러한 일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려운 일이 결코 아닌데도 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교회만의 부흥을 위한 일 때문이리라. 정작 노숙자를 위한 일에 열심 내는 사람들은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많이 가진 자가 나누라고 하지 않으셨다. 많이 가진 자는 오히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나누지 못한다. 적은 것이지만 나눌 때에 더 많은 복을 누릴 수 있다는 기적을 오병이어의 교훈을 통해서 보여 주셨다.
더 큰 교회를 위해 부흥을 부르짖지 말라. 필요 없는 부흥의 구호에 하나님의 관심을 돌릴 생각을 버리자. 불필요한 부흥이 성취되었을 때에 목회자는 과부와 가난한자의 헌금의 가치를 무시하고 호화스런 생활에 눈이 어두워갈 것이다.
손경호 목사 (보스턴 성령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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