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인근 한 공원에서 열린 동창회 피크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북여고 동문들.
심마리아 동창회장
“백합처럼 순수하고 지성-미모 겸비”
미주사회 각분야에서 ‘우먼파워’ 과시
모녀-자매처럼 서로 돕는 ‘제2의 가족’
“단순한 학교 동창회가 아입니더. 한 가족이나 다름없지예”
이처럼 인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동문회가 또 있을까. 남가주 경북여고 동창회(회장 심 마리아)는 한마디로 “다른 동문회와 차원이 다르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오랜 미국생활에도 불구하고 억세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구수한 대구 경북 사투리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동문들은 어머니와 딸, 언니와 여동생 같은 가족적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인재 배출 및 양성의 요람인 모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동창회가 주소 및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 남가주 거주 동문은 약 50여명. 의사, 간호사, 변호사, 교육자, 교수, 사업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북여고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동창회는 주로 소규모로 친목위주의 만남을 갖고 있지만 1970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갓 이민온 동문들을 위해 주거지 및 직장 알선, 미국생활 정보 제공 등 이민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동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남가주 한인간호협회 회장이기도 한 심마리아(39회) 동창회장은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교육도시 대구에서 고교시절을 보내며 학업에 정진했던 동문들은 성인으로 성장한 뒤 가정과 사회에서 남편과 자녀들을 잘 보필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도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동창회 창설을 주도한 동창회 맏언니 김수안(12회) 박사는 “대구 경북 여성들은 처음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사귀면 인간관계가 평생 지속되는 진국”이라며 “우리 학교 출신들처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자랑했다.
타학교 동문회보다 규모는 작지만 동창회에 얽힌 몇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예나 지금이나 동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수년 전 동창회 정기총회가 열릴 때 대구가 고향인 한 70대 한인 할아버지가 찾아와 옛날에 대구에서 학교를 다닐 당시 자신이 짝사랑했던 경북여고 학생을 꼭 찾아달라고 하소연해 동문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경북여고 출신 어머니를 기리는 뜻에서 매년 1월 열리는 동창회 신년하례식에 꼬박꼬박 참석, 행사 사회를 보며 동문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한인 남성의 스토리도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준다.
일제 강점기인 1926년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로 출발, 올해로 개교 80년을 맞은 경북여고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명문교로 우뚝 섰다.
경북여고 출신들
정치인 추미애·디자이너 이영희씨 등 활약
미주에도 김수안·수지 오씨 등
대한민국 여성교육의 요람답게 경북여고 졸업생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모교의 명성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경북여고 졸업생들이 설립한 ‘설매장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25회 졸업생이며 소신파 정치인으로 대권후보 반열에까지 오른 추미애 전 민주당 국회의원,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손태영, 성공한 여성 경영인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 전 시인 이숭자씨,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 등 유명인사 다수가 있다. 이밖에 교육계에서 잘 알려진 최귀란(1회) 전 경기여고 교사, 강하늘 전 효성여대 교수, 최경주 전 영남대 교수, 홍경희·강신주 전 경북대 교수 등도 자랑스런 ‘백합인’들이다.
미주한인들에게 친숙한 경북여고 출신인사는 단연 김수안(12회) 박사. 1959년 도미, UCLA에서 수학한 김 박사는 UCLA에서 학·석사를 모두 마친후 1970년 한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이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남가주 한국학원 부이사장, LA카운티 아동가정국 행정관, UCLA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한인교육계의 ‘큰 별’로 떠오른 수지 오 3가 초등학교 교장과 김천애 전 애리조나대 교수도 미주지역에서 모교를 빛내는데 앞장서고 있다.
심마리아 동창회장
“친목 다지며 사회봉사 앞장”
“모든 동문들은 ‘성실’‘협조’‘순결’이라는 교훈을 가슴에 품고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 마리아(사진) 동창회장은 남가주에 거주하는 동문수가 타학교 조직보다 적어 그동안 주로 소규모 친목위주 활동을 해왔다며 앞으로는 양로병원 거주 노인 위문행사 등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심 회장은 “매년 1월 열리는 신년 하례식과 3월의 총회, 여름 피크닉 등 정기적인 행사외에 커뮤니티 봉사활동도 벌일 생각”이라며 “모임 하나하나가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 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이어 “독립심과 주체의식이 누구보다 강하고 인정도 많은 우리학교 동문들이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며 “주변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백합같은 존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창회는 보다 젊은층이 주도하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시험을 보지 않고 입학한 젊은 세대들이 동창회에 가입해줄 것을 부탁했다. 연락처 (213)675-6431
<구성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