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 일찍이 엄마의 자리를 잃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엄마를 원망하고 또 그만큼 원했는지 모릅니다. 한참 엄마의 사랑으로 채워져야 할 사춘기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늘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지냈고 모자란 사랑의 궁핍은 제 인간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먼저 다가설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고개 들어서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일이 제겐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내 나이 23세, 엄마 잃은 둥지를 떠나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끊임없는 아빠의 사랑의 나무를 벅차고 날아올라 5년 전 미국에 유학을 왔습니다. 다행히 저의 모험은 항상 맑고 밝은 남편을 만나는 행운을 가져다주었고 2년 전 행복할 것만 같은 제 결혼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꿈꾸었던 결혼생활은 꿈이란 것을 증명하듯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엄마에게 보란 듯이 튼튼하고 아름다워 또 화목하기까지 한 가정의 둥지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 욕심이 너무 컸었나 봐요. 짧은 생각과 쓸데없는 어리석음, 그리고 이기적인 욕심으로 전 지금까지 둥지를 놓을 나무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의 서약은 벌써 퇴색되었고 늘 저만 이해해주고 아껴줄 것 같은 남편에게 미움의 벽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열린 마음이 오히려 더 굳게 닫혀져 아무도 받아들일 자신이 없습니다.
엄마가 쉽게 떠나버린 가족의 울타리, 어미 새 없는 둥지 안에서 늘 외롭던 저 아기 새는 어른이 되고 어미 새가 돼서야 원망스럽던 엄마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떠나셨을지· 나처럼 이렇게 힘든 상황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었겠지· 엄마를 이해하면서 저에게 처한 상황이 이유 있고 심지어는 떠나야할 정당성을 제 스스로 만들며 절 합리화 시키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낯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쉴 새 없이 자유롭게 떠나고픈 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제 삶에 도피와 회피행각을 꿈꾸게 합니다.
그러나 늘 제 곁에서 힘이 되어주시는 한 분. 그 분 때문에 전 이 초라한 가정의 울타리를 버리지 않고 지키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아이를 낳고 진정으로 어미 새의 역할이 요구되는 지금, 시어머니는 하루 아니 한시도 빠지지 않고 절 생각하고 걱정하고 또 아껴 주십니다. 한평생 남편과 아들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버리셨다는 당신은 그래도 가정이라고 그 둥지를 떠나지 않고 오늘도 지키고 계십니다. 아들보다 늘 제 편에 서서 진심으로 여자의 마음과 상처를 헤아려 주시고 절 위해 희생하시는 그분을 볼 때마다 둥지를 떠나고 싶은 나약한 제 마음은 금새 따뜻한 지붕이 되어 저와 남편 그리고 우리의 아이 수민이를 지켜줍니다.
오랜 시간 당뇨로 씨름하시느라 마음은 물론 몸까지 다 상하신 우리 어머님.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와 하나뿐인 손녀딸을 안아주시고 여전히 부족하고 어린 며느리 저에게 손수 미역국을 떠주시는 당신. 언제나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고갤 들어 눈길 마주치며 따뜻한 웃음 한번 보여드리지 못하는 못난 며느리를 사랑해 주시는 당신.
단 한 번도 해드리지 못했지만 꼭 한번 해드리고 싶었던 말 오늘은 용기 내어 해보렵니다. 어머님! 어리고 철부지 같은 저를 늘 아껴주시고 지켜주시고 또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건강하시고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요. 제가 어머님께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해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고 이해해 주세요. 진정으로 친 엄마처럼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한 민/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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