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처형 의미
“민주주의 성공” 성과 과시
재판해 제거후 철군 예상
수니파 등 지지세력 대응 관심
“각본 짜여진 승자재판” 비판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확정과 조기 형집행에는 미국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 학살사건 등 아직도 후세인이 집권시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진실규명과 사법적 판단이 남아있는 데도 두자일 마을 사건만으로 후세인 문제를 조기에 끝내는 것은 의외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두자일 마을 사건 항소심은 최종 판결 시한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반인륜적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이라크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더 중요한 일인만큼 후세인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일부에서 후세인에 대한 종신형이 점쳐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공화당이 패배한 뒤 대 이라크 정책 수정을 수차례 암시했었고 후세인의 사형 집행은 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년이 돼가는 데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전의 최대 `전리품’인 후세인을 나름대로 민주적인 재판절차를 통해 제거함으로써 `이라크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했다’는 상징적이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는 해설이다.
즉 부시 행정부는 올해가 가기 전에 후세인의 신병처리를 마무리 짓고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이라크전을 `정리’하고 손을 털겠다는 수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셈이다.
미국 안팎에서 이라크전 실패를 둘러싼 비난이 쇄도하고 있고 결국 이 문제에 정치적 발목이 잡힌 부시 대통령으로선 후세인의 사형 확정과 집행은 포기할 수 없는 `치적’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의 결과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후세인의 인권침해와 반인륜적인 철권통치에 대한 반감과 이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것도 미국이 후세인의 사형을 밀어붙인 중요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 정부 측은 `법과 양심’에 따라 후세인의 재판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쿠르드족 학살 사건 재판이 진행중인데도 사전 예고없이 26일 전격 사형 확정이 발표된 것부터가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후세인의 나이가 내년 4월 이라크 법으로 사형이 금지되는 만 70세가 되는 것도 사형 확정을 서두른 한 이유로 보인다.
후세인의 사형집행에 따라 누리 알-말리키 현 이라크 총리가 이끄는 종파간 연정도 개편될 전망이다. 벌써 새 연정 구성을 위한 종파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알-말리키 정권이 가장 예민한 후세인 사형문제의 성과 또는 책임을 모두 떠안고 자리를 물려준다면 차기 정권의 부담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후세인의 사형 집행이라는 이라크전 종전의 `기념비’를 세운 뒤 극도의 저항이 예상되는 후세인의 잔당과 무장세력과 단기간 일전을 벌여 이라크의 유혈사태를 끝맺음하려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극렬히 저항할 것이 확실한 후세인의 지지세력과 수니파 무장세력에 미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또 미국은 후세인 사형 집행으로 쿠르드족 학살 사건에 대한 심리가 중단돼 역사의 실체가 영원히 묻혀지게 된데 따른 책임과 후세인 처형이 사전에 각본이 짜여진 `승자 재판’의 결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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