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욱은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듯한 생선을 바구니에서 건졌다. 어두움 속에서도 비늘이 반짝거렸다. 날쌔게 비늘을 벗겼다. 비늘이 반짝이며 날았다. 금세 흰 살이 드러났다. 욱은 조심스럽게 들것에 담았다. 멀리서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 시커먼 건물 위로 아침 해가 솟았다. 시내 버스가 소리를 내고 지나갔다.
개스 불을 지폈다. 새파란 불꽃이 솟았다. 개스 냄새가 작은 가게를 채웠다. 코 끝이 맵다. 기름이 튀었다. 흰 밀가루를 뒤집어쓴 생선들이 기름 속으로 뛰어들었다. 욱의 마음도 함께 끌었다. 욱은 크게 소리를 냈다. 바싹 튀겨져라.
욱이 이 마을에 온 것은 친구 때문이다. 친구가 갑자기 큰 도시로 이사하는 바람에 가게를 떠맡았다. 미술을 공부했던 욱에게 힘겨운 일이었다. 외로운 이 작은 도시엔 일자리도 없었다. 그림도 때려치웠다. 생선 자르는 법부터 회를 치는 법까지 죽을힘을 다해 배웠다.
어려서부터 생선냄새를 싫어했던 욱에게 이처럼 큰 고역은 없었다. 처음
생선 머리를 자를 때 가장 어려웠다. 머리 없는 몸이 팔딱 뛰었다. 욱은 스스로도 몸을 움칠했다. 매끄럽고 반들거리는 생선이 싫었다. 비린내가 더 욱을 미치게 했다.
그렇지,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지. 나도 먹고 살아야지.
유대인 건물 주인은 50년 넘은 건물을 전기, 물, 하수도만 제외하고는 보수를 거절했다. 위층에는 쥐가 달음질쳤다. 기둥은 썩어가고 있었다. 물론 이 추운 겨울에도 오래된 벽난로는 소리만 낼뿐 더워지지 않았다. 욱은 군용침대 위에 다섯 장의 담요를 덮었다. 생선냄새가 몸에 까지 배어왔다. 생선을 좋아해야지 하며 길고긴 밤을 지내야 했다.
목사님이 청년에 마음이 쓰여서 자주 들리셨다. 욱, 자넨 생선 굽는 솜씨가 일품이네, 위로와 더불어, 그런데 그 좋은 그림재주를 생선에게 다 주는 것 아니겠지 라고 걱정 반 칭찬 반 조언을 잊지 않으셨다. 욱은 사실, 이제 생선이 더 좋아졌다.
이제야 유화를 그릴 때 썼던 오일의 냄새가 생선냄새에 비길 수 없다는 말을 차마 목사님께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문을 열면 몰려왔다. 아이들은 튀김을 좋아해서 그렇지만 욱이 여러 모양으로 빚은 튀김을 보고 더 좋아라 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생선튀김은 날개 돋힌 듯 팔려갔다. 아이들은 곰, 돼지, 닭, 오리, 비행기, 자동차 모양 등 온갖 장난감 튀김을 갖고 놀며 먹고 즐거워했다.
조그만 가게가 비좁았다. 근사하게 옷을 입은 사업가들이 가끔씩 줄 가운데
서서 이 경의로운, 생선 굽는 젊은이를 눈여겨보았다. 어느 날 유명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정중한 제의와 계약서가 날아았다. 욱의 기름 묻은 손이 떨렸다.
달그락거리며 침대 밑에 쑤셔 넣었던 그림도구를 꺼냈다. 말라비틀어진 유화 튜브들이 들쑥날쑥 얼굴을 들었다. 욱은 색이 바랜 화폭에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수없이 그리고 또 그렸다. 욱은 연어의 무리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겨졌다. 거친 물살이 몸에 와 닿았다.
여니 때처럼 생선집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조용했다. 아이들이 모두 벽에 붙어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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