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표심’분산… 몰표는 기대 못해
“피부색만으론 흑인 표를 예약할 수 없다.” 민주당의 흑인 대권 예비주자 배럭 오바마(45) 상원의원의 당내 경선 득표 전략에‘빨간 불’이 켜졌다.‘흑인 표심’이 분산되어 있다는 분석 탓이다.
‘보통 흑인’과 거리감 엘리트 이미지
힐러리·에드워즈에 상당수 잠식당해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났듯 흑인들은 히스패닉에 비해 민주당에 대한‘충성도’가 높다. 따라서 오바마가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본선 티켓을 따낸다면 어렵지 않게 흑인 유권자들의 몰표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고지 등정을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인 민주당 경선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전 부통령후보가 흑인 표심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AP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들의 25%가 클린턴 의원을 지지했고, 10%가 오바마 의원을, 5%가 중임제한으로 대선출마가 불가능한 클린턴 대통령에게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오바마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실시된 조사라 정확하다고 보긴 힘들지만 오랫동안 ‘검은 표밭’에 공을 들여온 클린턴 의원이 흑인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누리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까지 등에 업은 상태에서 이들 커뮤니티에 든든한 기반을 구축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가난과의 전쟁’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흑인 지도층 인사들, 특히 민권단체 관계자들의‘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는 최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아들 초청으로 뉴욕에서 열린 킹 목사 추모식 초청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상당수의 흑인 유권자들은 오바마 의원에게‘동류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건너온 유학생 아버지로, 캔사스 태생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부모는 물론 그 자신도 명문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로‘보통 흑인’들과는 배경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오바마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흑인 유권자들은 그를 1960년대의 민권운동의 연장선에서 태어난‘우리들의 후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경선에 또 다른 흑인 후보가 가세해 그의 표를 갉아먹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2004년 대선에 나섰던 민권지도자 앨 샤프톤이 출격을 위한 막바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표가 분산된 상황에서 아무리 경량급이라 하더라도 ‘정통’ 흑인 후보가 나오면 오바마는 타격을 입게 된다.
흑인표는 민주당 경선의 초반 승패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다. 2008년 1월29일과 2월5일 등 초반 경선 일정이 잡힌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 지역의 흑인 유권자 비중은 50~55%에 달한다. 흑인 표심의 향방에 오바마의 ‘기회’가 달려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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