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율 LA 한국문화원장’
‘우리 것’알리기 팔걷은‘한류 전도사’
취임 1주년 맞은 김종율 LA한국문화원장
LA 한국문화원장은 한인커뮤니티에서 총영사 다음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 공관직이다. 1980년 한국문화원이 설립된 이래 10여명의 문화원장들이 오고 갔지만 대략 3년의 임기를 지내는 동안 잘 해야 본전이고, 대개는 여기저기서 욕먹고 구설수에 오르거나, 심하면 임기 내내 ‘씹히다’가 귀환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12대 김종율 문화원장이 부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평가로 본다면 그의 점수는 90점 이상. 무난히 A학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로컬 문화계와 커뮤니티 안팍에서 나오는 외적 평가도 좋지만 함께 일하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사람 좋고 인간미 넘치는데다 문화관광부에서 ‘잔뼈’가 굵은 ‘문화통’으로서의 관록이 돋보이는 행정처리, 두루두루 탁월한 인간관계가 역대 어느 문화원장보다 짧은 시간에 크레딧을 쌓게 해준 것 같다. 지난 해 한국문화원은 문화원장과 부원장(박위진 영사)을 비롯해 직원이 반 이상 교체되었다. 업무 파악과 진행에 있어 어려움도 있겠지만 새로운 모습과 젊은 분위기의 한국문화원을 만들어갈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원장과 박부원장은 연세대학과 행정고시 선후배 간이라 손발과 호흡이 잘 맞고, 둘다 이 방면에 ‘브레인’으로 꼽혀 앞으로 문화원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으리란 기대도 가져본다. 지난 해 코리아센터를 개관, 국내외적으로나 주류사회에서 할 일이 산적한 김종율 문화원장을 인터뷰했다.
작년 개관 코리아센터 정착… 견학 예약 5월까지 꽉차
미주한인 문화예술인들 적극 지원‘동반자 관계’유지
미술 공모전·댄스 페스티벌등‘문화 마케팅’추진
△LA문화원에서의 1년이 어땠습니까.
▲벌써 그렇게 됐나요? 사실 지난 1년은 전임 원장에게 인계받은 일들을 진행해온 시기였습니다. 코리아센터 개관으로 무척 바쁘기도 했구요. 이제부터야말로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니 긴장되는군요.
△작년 9월말 코리아센터를 개원한 것이 문화원으로서는 큰 변화였지요?
▲코리아센터는 한국 문화관광부에서 크게 신경쓰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문광부 산하 3개 유관단체들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고안된 새로운 기구인데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LA문화원에 시범 오픈한 것인 만큼 기대가 크지요. 문광부는 현재 13개인 해외 한국문화원을 올해 30개까지 확장할 예정입니다. 그만큼 LA문화원과 코리아센터의 모델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코리아센터를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일이 최대목표가 될 것입니다.
△이제 문을 연지 4개월 됐는데 반응이 어떻습니까?
▲많이들 방문하고 고맙다는 땡큐 카드들도 보내옵니다. LA통합교육구를 비롯한 여러 교육구와 접촉해 학생들에게 버스 투어도 시키고 있지요. 매주 평균 2개 학교에서 필드 트립을 오는데 5월까지 예약이 돼있는 상태지요. 타겟을 젊은이들로 잡고 이들이 많이 오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화원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고, 코리아센터에서 게임, 만화, 캐릭터 상품 등 한류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3시간짜리 프로그램이 성공적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전시공간도 횅하고 전시물도 빈약해서 팬시점이나 장난감 가게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주네요.
▲지금 한국의 경쟁력 있는 대중문화 분야가 아무래도 게임과 만화, 영화, 드라마 같은 것들이라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아직은 컨텐츠가 조금 약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계속 업그레이드 중입니다. 방문자들이 온라인 게임을 직접 해보고 터치스크린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터액티브 시설도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진출해있는 넥슨, 힐리오, NHN 등 한국 게임업체들과 협력해 빠른 시일 내에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줄 것입니다.
△코리아센터 건물에 대해서도 너무 멋없고 성의없이 지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포터블하게 만든 것입니다. 기획 이벤트가 있을 때는 공간을 분할하고 움직여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연회장으로도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주류 업체들을 초청해 리셉션을 열 수도 있지요.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카멜레온처럼 변화가 가능한 가변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한국문화원과 이곳 로컬 문화예술인들과의 관계는 때때로 애증의 관계를 보입니다. 문화원 공간 대여문제, 예술단체들의 공평한 지원문제 등에 대해 갈등을 빚곤 하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주한인 문화예술인들은 우리의 전통문화가 미국 땅에서 맥이 끊어지지 않게끔 지켜온 보배같은 분들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많은 헌신과 노력으로 문화를 전수해온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류도 뿌리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함께 협력해나가는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문화원 내 도서관 입구를 새로 꾸며 도서관 안내가 문화원 리셉션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창구를 일원화한 것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도서관 안내자가 사서가 아니어서 자료 찾을 때 어려움이 있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문화원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 달라서 한국 관련자료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전문사서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물론 사서가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 도서관에서 책이나 자료를 찾지 못하는 일은 발생할 리 없습니다. 2만5,000권에 달하는 장서가 컴퓨터에 입력돼있어 이름만 집어넣으면 모두 나오기 때문이죠. 책 이름 없이 주제만 갖고 찾으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곧 주제별 분류도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보강하겠습니다.
△올 한해 새로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기획 전시와 공연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대관에 의한 행사보다는 우리의 의지와 구체적인 컨셉을 갖고 로컬 문화인들과 연계해 재미있는 기획행사들을 정착시켜보고 싶습니다. 미술가협회와 공동으로 한인학생 대상의 미술공모전을 여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 드럼 댄스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일도 의논중이지요. 이런 일들이 잘 되면 ‘문화 마케팅’ 전략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문화도 팔자는 거지요. 예산 타령만 하지 말고 유수기업들에 우리 문화를 팔아서 더 활발하게 한류를 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현재 해외한국문화원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율 문화원장은
전북 부안생.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 대학 대학원 방송영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문화재관리국 기념물과장,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 행정관, 문화관광부 방송광고과장과 공보관을 거쳐 2006년 2월 LA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했다.
아내 신옥경씨와의 사이에 초등학생과 고교생 아들 세명을 두고 있다.
<글 정숙희·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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