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 뼈 부서져라 일했는데 해고·돈 요구라니…
노동허가서 나온 노동자에
“영주권 원하면 2만달러 내라”
한인교회, 5년간 착취후 해고
법원 “노동자에 보상금”판결
#사례1
다운타운의 한인 운영 봉제업체에 근무하는 K(45)씨.
5년여를 기다려 온 끝에 노동허가서를 거머쥔 K씨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영주권 하나를 위해 온 몸이 부서져라 일한 K씨에게 업주는 영주권 발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영주권을 받고 싶으면 2만달러를 내놓아라”며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둘러싼 업주와 노동자의 법망을 비껴난 공모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업주는 싼 값에 노동력을, 노동자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영주권을 얻기 위해 고용 단계부터 일종의 무언의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하락과 함께 영주권을 무기로 노동자의 눈물을 자아내는 악덕 업주가 나타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K씨가 근무하는 봉제업체의 업주는 두 명의 또 다른 40대 한인 직원에게도 똑같은 요구를 한 상태다. 5년여 동안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저임금에 일하면서도 영주권을 희망으로 버텨온 이들로서는 2만달러가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사례2
LA 한인타운에서 대형 식당을 운영하던 한 업주는 영주권 스폰서 조건으로 2만~3만달러를 선불로 받은 후 한국으로 줄행랑을 쳐 식당 주방장과 웨이트리스 등이 식당을 눈물바다로 만드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업주가 노름으로 돈을 다 날린 후 잠적했었다”며 “힘없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극이었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이민변호사들은 “영주권 관련 노동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부당하게 금품을 요구한다면 비영리 법률기관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례3
뉴욕주 법원이 영주권을 빌미로 수년 동안 한인 남성을 노동 착취한 대형 한인교회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 영주권을 빌미로 한인 노동자를 옭아맨 한인 업주들에게 경종을 심어주고 있다.
뉴욕주 법원은 최근 한인 남성 장모(가명·35)씨가 영주권을 스폰서 해주겠다며 월 1,300달러의 임금만 지급한 채 노동허가서 발급을 두 달 남긴 채 해고통지를 한 뉴욕시 소재 한인 대형교회를 상대로 2005년 12월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교회 패소판결을 내리고 장씨에게 3만2,000달러를 보상하라고 명령했다.
장씨는 한인교회에서 지난 1999년 10월부터 2004년 9월까지 5년 동안 일일 평균 12시간, 주 6~7일을 근무하면서도 영주권을 스폰서해 주겠다는 교회의 약속에 저임금의 착취를 견뎌왔으나 노동허가서 발급을 눈앞에 두고 교회측이 ‘교회 사정상’ 해고를 통보하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장씨는 이번 승소판결에 대해 “영주권 취득을 위해 턱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으며 노동 착취를 당한 한인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영주권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 하고 있는 한인들이 권리를 찾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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