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그로스먼
페이튼 매닝
베어“너만 잘하면”
콜츠“너만 믿는다”
내일 수퍼보울 쟁패‘운명의 QB대결’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 누구는 한 팀의 구세주가 돼야 하고 누구는 한 팀의 꿈을 말아먹지만 않으면 된다.
오는 2월4일 수퍼보울 XLI(41)에서 맞붙는 두 쿼터백 페이튼 매닝(인디애나폴리스 콜츠)과 렉스 그로스먼(시카고 베어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두 팀의 운명은 바로 이들 손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의미는 극과 극으로 다르다.
콜츠가 “너만 믿는다”며 매닝의 손을 꼭 잡는 반면 베어스는 철부지 큰아들에게 최고급 승용차 키를 할 수 없이 던져주며 사고만 내지 말 것을 당부하는 식이다.
콜츠는 매닝이 전력의 반이다. ‘매닝의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매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미 두 차례 리그 MVP로 뽑힌 매닝 없이 수퍼보울 무대에 올랐을 시나리오는 상상조차 어렵다.
매닝은 수퍼보울 우승 경력만 이력서에 더하면 존 몬태나, 잔 엘웨이, 스티브 영, 트로이 에이크먼 등과 함께 NFL 역대 최고 쿼터백 중에 한 명으로 거론될 선수다. NFL 역사상 데뷔시즌부터 3,000 패싱야드의 고지를 돌파한 쿼터백은 매닝밖에 없고 6년 연속 4,000야드(1998?2004년) 전진을 주도한 쿼터백도 역사상 매닝이 유일하다.
따라서 기대도 큰 것. 매닝은 이 같은 우등생이기 때문에 1등을 못 하면 무조건 실망이다. 게다가 아버지도 ‘우승만 못한 일류 쿼터백’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안 좋은 의미에서 “그 아버지의 그 아들” 소리를 들을 ‘가문의 위기’다. 어깨가 보통 무거운 게 아니다.
반면 베어스는 그로스먼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고 있다. “쿼터백만 조금 더 잘 하면 천하무적일 텐데…”라는 소리가 무성하다. 그로스먼이 핸디캡이다.
따라서 그로스먼은 팀의 우승을 책임져야 할 그런 막중한 부담은 없다. 하지만 이쯤 되면 선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베어스는 디펜스로 먹고 사는 팀이다. 카운터펀치가 주무기인 복서 스타일로 잔뜩 움츠리고 있다가 상대가 틈만 보여주면 용서 없이 KO펀치를 날린다. 공수교대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상대 공격수가 들고 있는 공을 뜯어내 디펜스가 직접 점수를 올리거나 루키 특급 리턴맨 데빈 헤스터의 ‘홈런’ 한 방으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는다.
따라서 베어스는 절대 크게 뒤지면 안 되는 팀이다. 버나드 베리안과 무신 모하메드 등 1대1 매치업이 어려운 장신 와이드리시버들이 있지만 기복이 심한 그로스먼이 역전승을 연출하길 바라는 것은 로토 당첨에 기대를 거는 것과 비슷하다.
1등을 못하면 무조건 실망인 엘리트 쿼터백을 둔 콜츠. 쿼터백이 “C만 받아도 좋겠다”는 베어스. 쿼터백만 보면 41년 수퍼보울 역사상 가장 큰 미스매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누가 먼저 수퍼보울 챔피언의 꿈을 이룰 지 지켜볼 일이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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