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LA를 밟은 김군자(왼쪽부터)할머니와 김 할머니 초청 행사를 기획한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의 석혜인씨와 재키 챙씨.
위안부 집회 참석 미국온 김군자 할머니
“일본 정부의 사과·배상 꼭 받아낼 것”
“모두가 무관심하면 또다시 일본 식민지의 아픔이 오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어?”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Arts)의 학생들이 연방하원 마이크 혼다 의원이 발의한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서??지원을 위해 마련한 위안부 증언집회 참석으로 미국땅을 밟은 김군자(81?본보 26일 보도)할머니는 가슴의 응어리를 채 풀지 못 한 채 이 세상을 떠나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이 비단 과거 특정인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가 살아있는 한’이란 제목으로 2월7일 저녁 7시30분 LA한국교육원에서 첫 증언 집회를 시작하는 김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행에 나선 데 대해 “한국 정부가 힘이 없어서 일본에 큰 소리도 못 치는 상황에서 누군가 도와주는 게 너무 고맙잖아”라며 “난 그 의원이 미국인인 줄 알았더니 일본계라며?”라고 반문하며 일본 정부가 미울 뿐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일본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반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고아로 세상의 한파를 한껏 맞으며 시작한 김 할머니의 인생은 17살 꽃다운 나이에 정신대 징발,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 한 첫 사랑의 자살과 아이의 죽음 등 불행의 연속이었다. 김 할머니는 “정신대로 끌려간 3년 동안 그냥 죽는게 나을 것 같아 자살만 7번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극심한 구타뿐이었어”라며 일본군의 악행에 대한 증언을 이어나갔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수 년째 이어가는 김 할머니는 “시위를 하는데 웃으며 지나가는 이들이 있더라고”라며 핏발 섞인 목소리를 높인 후 “그게 웃을 일이야?”라며 무관심은 일본에 의한 똑같은 화를 재촉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할머니는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부에 대해 “시방 그 놈들이 맨날 감추려고만 하잖아. 그놈들이 내 생전에 사과할 것 같지는 않아”라면서도 “여자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진실을 알려야지 하는 마음에 위안부 피해자 등록도 하고 이렇게 여기까지 왔어”라며 살아있는 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역사를 온 몸으로 막아낸 김 할머니지만 그의 마음 씀씀이는 아픔을 따스함으로 승화시켜 또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양로시설인 나눔의 집의 부원장인 승연 스님은 “할머니가 정부 지원금 4,300만원 등 1억은 비영리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에 나눔의 집에는 1,000만원, 천주교 단체에는 500만원을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 한 채 한 명, 두 명 세상을 뜨는 가운데 일생의 소망 중 한 가지로 나눔의 집의 요양시설화를 꼽았다. 그는 “이제는 다들 움직이기도 불편하잖아. 그래도 정 붙이고 사는 나눔의 집이 요양시설로 인정받으면 남은 여생 다들 행복할 것 같다”며 미주 한인들이 나눔의 집에 정성을 보태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학생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UCLA, USC, UC버클리 등 8개 대학과 기관을 순회하며 위안부 진실 알리기에 앞장서게 된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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