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뻥 뚫렸으면 - 터치다운 패스를 받아 베어스 엔드존에 뛰어든 콜츠 WR 레지 웨인. 주위에 베어스 수비수는 하나도 없이 심판만 보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두 눈뜨고 보기 힘들었던 졸전 경기내용은 XSI
베어스가 겁먹고 드러누운 탓
수퍼보울 XLI(41)는 사상 첫 흑인 우승감독의 탄생과 ‘가문의 위기’를 넘긴 페이튼 매닝의 스토리 등 얽히고설킨 사연들만 그럴 듯 했지 정작 경기 내용은 ‘빵점’이었다. 턴오버가 8개나 쏟아진 졸전으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가 이겼다기 보다 시카고 베어스가 졌다고 해야 정확하다.
베어스는 팀을 위기에서 끌어내줄 ‘수퍼 히어로’ 쿼터백이 없는 마당에 ‘배짱’도 없었다.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르는 무대서 ‘올인’ 한 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물러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플랜을 보니 승패는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어스는 한 마디로 주눅이 들어 졌다. 수비는 상대 쿼터백의 실력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너무 소극적이어서 베어스 디펜스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고, 오펜스는 “우리 쿼터백이 못났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자신들이 가장 먼저 인정하는 듯 했다. 렉스 그로스먼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풋볼에는 ‘프리벤트(Prevent) 디펜스’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상대의 터치다운만 막겠다는 수비로 조그만 것은 다 허용하돼 ‘큰 것 한 방’만 맞지 않겠다는 전략인데 “프리벤트 디벤스가 막는 것은 승리뿐”이라며 고개를 설레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장나지 않은 것은 고치지 않는 법”인데 리드를 잡게 해준 전략으로 계속 안 나가고 괜히 안전위주의 느슨한 디펜스로 바꿨다가 상대의 침투를 막지 못해 화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어스가 바로 그런 식이었다. 베어스는 원래 디펜스가 오펜스인 팀이다. 무조건 쳐들어가 때려 부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날에는 매닝의 패싱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펀치는 휘두르지 못하고 가드만 잔뜩 올라가 있었다. 매닝의 패스에 뚫릴까봐 라인배커들까지 몽땅 패스 커버리지에 들어가 매닝에 전혀 프레셔를 가하지 못했다. 쿼터백을 잡기 위한 ‘특공대’를 푸는 ‘블리츠’(Blitz) 플레이가 거의 없었다.
베어스는 원래 최후방 수비수인 세이프티들까지 ‘전선’에 바싹 다가서 상대가 패스 플레이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팀이다. 라인 오브 스크리미지에 수비수 8~9명이 달라붙어 러싱공격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코너백들이 ‘맨투맨’이다.
그러나 이날에는 미리 겁을 먹고 디펜시브라인멘 4명에게만 전선을 맡기고는 다들 뒤로 물러서며 ‘홈런’만 안 맞으려고 애를 썼다.
그게 숫자에서 보이지 않은 매닝의 위력이었다. 첫 공격 시리즈에서 인터셉트를 당한 매닝은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베어스 디펜스가 주는 대로만 받아먹었다. 따라서 콜츠 러닝백 조세프 아다이가 패스를 경기 최다 10개씩 받아내고 다른 러닝백 도미니크 로즈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100야드 러싱을 돌파한 것이다.
초반에는 그 모든 게 베어스에 유리하게 풀렸다. 비가 온 것도 스피드 위주 팀인 콜츠보다는 파워 팀인 베어스에 유리했고, ‘수퍼루키’ 리턴맨 데빈 헤스터가 92야드 킥오프 리턴 터치다운을 터뜨려 경기를 0-0이 아닌 7-0으로 시작한 셈이 됐다. 첫 쿼터에는 그로스먼이 패스를 던질 기회조차 몇 번 없었다. 그 모든 게 베어스가 원하던 대로였다.
하지만 베어스는 그 후 너무 소극적으로 나가다가 21년만에 다시 온 우승 기회를 날렸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공을 놓치기 바쁜 그로스먼에 역전극을 주문해야 했을 때는 이미 진 경기였다.
<이규태 기자>
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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