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신분·영어불편 등 악용, 월급 안 주기 일쑤
구두계약 유도하고“일한 근거 없다”발뺌하기도
작년 한인 노동착취 소송 10건
워싱턴대학(UW) 연수생인 한국인 A씨는 한 한인 세탁업주로부터 ‘잠시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약 두 달 반 동안 일을 해주었다. 그러나 업주는 2주에 한 번씩 현찰로 주기로 한 급료를 ‘나중에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주지 않았다. 화가 난 A씨가 독촉하자 업주는 안면을 바꾸고‘계속 이러면 이민국에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타코마 지역 청소업자인 B씨는 대형빌딩의 청소권을 가진 대행업소와 두꺼운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사인하고 일을 시작하자마자 일거리가 약속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것을 알았다. 층별로 돈을 따로 계산해 주겠다는 청소회사의 말을 믿고 일을 계속한 B씨가 나중에 항의하자 청소회사 측은‘계약서대로 했을 뿐’이라며 경비도 안 되는 적은 돈을 내밀었다.
병고와 생활고를 함께 겪고 있던 C씨는 잠시 건강이 회복되자 한인식당에 취직했다. 현찰로 월급을 받기로 하고 주방 일을 했으나 주인이 그녀에게 지급한 월급은 기본급에 못 미치는 적은 금액이었다.‘장사가 안 된다’‘몸이 약해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등 여러 핑계를 대온 주인은 그나마 월급도 주지 않았고 C씨가 급료를 요구하자 ‘한사람 분 일도 못한다’며 내쫓았다.
일부 한인업주들의 노동착취 횡포는 그로서리, 세탁소, 식당 등 일반업소와 청소, 건축 등 하청업체, 심지어는 의사 등 고임금 전문직까지 만연돼 한인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급한 처지에 주인의 말을 믿고 일을 한 후 임금을 착취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자는 대부분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없어 정부기관이나 사법당국에 신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한인생활상담소(KCCC)의 이진경 소장은 “그런 일이 너무 많아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며 실제 문의나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경우는 수없이 많지만 법정까지 가는 케이스는 많지 않아 작년 한해동안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한 케이스가 10건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일부 악덕고용주들은 애당초 임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계약서 조작, 고용서류 밀폐 의 방법으로 법적 제재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보수를 현찰로 지급하겠다며 구두계약을 맺고 W-2 등 서류를 일체 구비하지 않는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 피고용자가 보수를 요구하면‘일한 증거가 없다’며 신고할 태면 하라는 식으로 발뺌한다.
특히 유학생이나 불법체류자들은 임금을 착취당해도 호소할 곳조차 없는 상태이다.
‘워크 소스’의 에스터 힉스씨는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워싱턴주 노동산업부(LNI)에 신고할 수 있으나 처리기간이 길고 영어에 자신이 없어 대부분 포기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불공정 거래 및 계약을 전문 취급하는 정삼식 변호사는 고용주의 임금갈취 행위가 판명될 경우 미불 임금의 최소 2배와 변호사 비용까지 지불하게 돼 있어 대부분의 고용주들이 서둘러 협상을 한다며 “많은 피해자들이 서류미비나 영어 불편 등의 이유로 소송자체를 포기하는데, 서류가 없어도 승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하청업자들도 아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자들이 영어에 능숙치 않은 점을 악용, 종업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영문 계약서에 사인하게 하거나 실제 계약서와는 다른 한글 번역본 계약서를 보여주고 사인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변호사는“계약사기의 경우 법은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서류든지 서명하기 전에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정 변호사는“한인사회에 기록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구두계약이 성행하는 데 이는 큰 피해를 자초할 수 있다”며“영어 계약서가 잘 이해가 안 되면 적어도 한글로 된 서류라도 작성해 양측 사인을 받아 두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계약서 작성의 비용을 아낀다며 변호사 위임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예방접종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계약서라도 변호사를 통해 대조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에스크로의 경우에도 변호사가 한 사람의 입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의 이익을 보호해줄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계약을 처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이제는 한인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임금착취가 근절돼 동포끼리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없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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