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하다 - 신상명세서
동서양 손님들 사이에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 자신을 소개할 때다. 나는 셀러인데 무슨 프라퍼티에 대한 서류에 서명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프론트에서부터 분명히 자신을 밝히는 서양 고객들에 비해, 우리 고객들은 우선 브로커가 와 있는지 그리고 잘 모르겠는데 오라고 해서 왔다고 말하곤 한다. 시간 약속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지만 목적과 지참해야 할 신분증이나 서류 등을 챙겨 오는 고객도 드물다. 분명 약속을 정할 때에 한 약속은 까맣게 잊고 대신 챙겨주지 못한 브로커를 원망하기도 한다.
부동산, 사업체, 상업용 그리고 재융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에스크로의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서류 중의 하나가 바로 신상명세서이다. 대개 내용은 셀러나 바이어의 자세한 신상 파악용인데 본인의 성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본인의 미국 입국 시기, 출생지, 소셜 넘버, 드라이버 라이선스 넘버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간 주거지 내역과 같은 기간의 직업의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에스크로가 오픈된 후 가장 우선적으로 오피서가 다루게 되는데 내용의 충실함에 따라 진행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직업을 기입하지 않았을 경우, 비슷한 이름의 전혀 다른 사람의 채무 사항이나 세금 담보권 등이 타이틀 조사 혹은 사업체 조사에 나타남으로서 많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셀러나 바이어의 이러한 뜻하지 않은 채무사항에 대해 융자를 주는 은행이나 렌더는 진행을 보류 혹은 취소를 시키기도 하고 시간상으로 많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뒤늦게 신상명세서를 상세히 기입하지만 이미 아까운 시간들이 흘러가 버리기도 하여 좋은 이자를 놓치기도 하고 이미지에도 오류가 남게 될 수도 있다.
직업란이 공란이면 오피서는 대게 직업이 그동안 없으셨습니까하고 묻기도 하지만 그냥 없던 걸로 하라던 손님들의 후에 겪는 불편함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모든 신상명세서에는 본인의 결혼 내역을 기입하도록 되어 있으나 우리네 문화상 거의 기입하는 분이 없다. 타인종 손님들은 한 두 차례 이상의 혼인 경력을 상세히 기록함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채무 사항들이 잘 나타나게 되지만 우리 한인들의 경우 기입하는 분들이 절대적으로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물론 1.5세나 2세들의 경우에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부부가 함께 에스크로에 와서 서명을 하는 경우 어느 한 쪽이 다른 배우자의 신상을 모두 꿰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펜을 잡은 남편이 아내의 소셜 넘버 심지어 운전 면허증 넘버까지 외우는가 하면 혼인 날짜 그리고 미국 입국일까지 모두 암기하는 초인적인 분들이 놀랍게도 드물지 않다. 아내의 모든 것을 챙겨주는 것 같아서 내색은 않지만 정말 부럽기도 하여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하면 대부분의 여자 분들은 한 번 살아보세요라고 의미심장하게 대답한다.
많은 한국 분들이 유사하거나 같은 이름으로 인해 타인의 채무사항이 본인의 것으로 픽업이 되어 크레딧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남의 빚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 몹시 불쾌하지만 신속한 변경이 필요하고 미리 대처해 놓을 필요가 있다.
시민권을 받을 때 이름을 좀 더 상세히 만듦으로 중복을 피하기도 하고 때때로 크레딧을 떼어보아 확인을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재산의 매매나 처리는 우리의 삶에 있어 행복을 가늠할 만큼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어떤 사람은 손해 본 재산 때문에 자살을 하기도 한다. 나의 재산을 보호하고 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를 잘 말해야 한다. 정확하게 기입된 신상명세서는 해당 에스크로의 진행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는 것임에 의심이 없다.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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