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남은 임기 22개월이나 되는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발 제껴 디딜 곳조차 없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2년 전 재임에 성공하면서 비축한 정치 자산을 이라크에서 날려버린 그는 잔여임기를 22개월이나 남겨 놓은 상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절름발이 오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조기 레임덕 현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 탄핵 위협까지 날아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을 더욱 비감하게 만드는 것은 탄핵론을 입에 올리는 의원들 가운데는‘우군’도 상당수가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정책 독단에 공화당 상원의원까지
‘탄핵’거론하는 상황 곤살레스·로브 등
보좌진도 스캔들 연루 국내정책도 표류 부담
◇이라크는‘부시의 무덤’
결국 문제는 이라크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올인’했다가 파산했고, 그로 인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반전무드를 탄 민주당이 12년만에 공화당을 의회 다수당 자리에서 내몰면서 부시 대통령은 사실상‘무장해제’를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하원 민주당은 2008년 9월 이전까지 철군을 조건으로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1,240억달러의 전비 지출안을 통과시켰고 상원도 이번 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철군을 전제로 한 조건부 전비법안 심의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서 척 헤이글 상원의원을 비롯, 공화당 내 일부 중진들 사이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발단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 수정을 원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초당파적 기구인 이라크연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마이 웨이’를 고집한 데서 비롯됐다. 헤이글 의원은 “대통령이 내 길만을 고집한다면 그걸 다룰‘다른 방법’이 있다”는 말로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너지는 보좌진
그의 보좌진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함께 부시 대통령의 총애를 다투는 앨버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이‘밥그릇’을 빼앗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연방검사 8명을 무더기 해임한 사건과 관련, 야당은 물론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 등 세 명의 공화당 중진 의원들까지 그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 곤잘레스 장관은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지난해 11월 연방검사 해임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눈총을 샀다. 곤잘레스는 이제 몇 명 남지 않은‘텍사스 사단’의 중심멤버다. 각종 스캔들에 감초처럼 끼어든 백악관 정책고문 칼 로브도 부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표류하는 국내정책
국내 주요 정책들 역시 표류중이거나 침몰상태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낙오 학생 방지법’은 개정요구에 휘말렸고 의료개혁은 아예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소셜시큐리티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친비즈니스 정책으로 환경보호를 게을리 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포괄적 이민개혁은 민주당의 도움으로 큰 진전이 예상되지만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궁극적 사면조항을 담고 있다며 보수진영에서 크게 반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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