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달 11일 오후 워싱턴 D.C.에서 한국에서 원정시위에 나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미주 한인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껄끄러워진 한미동맹 현주소 재확인 시험대
한국과 미국이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달 1일 협상 타결 데드라인을 앞두고 최종 담판 단계에 돌입함에 따라 그 결과가 미주한인사회에 가져올 영향이 주목된다.
이는 미국이 한미 FTA를 단순히 양국 간의 경제 협력 차원을 떠나 김대중 정부를 시작으로 꾸준히 악화돼 현 노무현 정권 들어 표면적으로 드러난 한국의 반미감정과 이로 인해 껄끄러워진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재확인하는 시험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한국일보가 입수한 최근 미 연방의회조사국(CRS)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현황’ 보고서는 “한국과의 FTA는 미국의 대한국 경제와 외교정책에 곧바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협상 결과는 한미 양자관계에 있어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보고서는 또 “만일 양측이 마찰이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경우 양자관계
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지만 만일 실패한다면 그 관계는 상당 기간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해 이번 협상 결과가 수년간 틈새가 벌어진 한미 관계에 장기적이고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점치고 있다.
보고서는 그 한 예로 비록 이번 협상에 공식 포함된 대상은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 한국이 갈망해온 한국인 미국 무비자 입국, 즉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 노력이 이번 협상 결과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을 지적하고 있다.보고서는 이외에도 이번 협상 결과가 미국과 일본과의 FTA 추진 여부에도 큰 영향을 가져올 것과 더 나가서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북핵 문제 등 미국의 동북아 지역 안보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경쟁력,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 및 안보 역할 변화 등과 이에 따른 미국의 정책 수렴이 미주한인사회와 한인들에게 직, 간접적 영향을 예상케 하고 있다.
한미 FTA.
2006년 2월 미국무역대표(USTR) 로버트 포트맨과 한국 대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이 양국간의 FTA협상 의사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FTA 타결 가능성에 대해 양국의 수년간에 걸친 공식, 비공식 협상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협상 시작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한국이 쇠고기, 자동차, 의약품과 한국이 외국 영화의 상영을 제한하는 소위 ‘스크린 쿼타’ 등 4개 미국 관심사항을 다룰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트맨은 한국이 이들 문제에 타협 할 능력을 과시하기 전에 한미 FTA 협상이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측에 전달하고 2005년 내내 이 문제를 양국간의 주요 무역 분쟁으로 제기해 왔다.그러나 한미 FTA 협상에 대한 미국내에서의 반응은 초당차원의 지지에서부터 회의와 반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현 110 회기 연방의회의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 이유는 의회가 FTA의 발표에 앞서 그 내용을 인준해야 하고 한미 FTA는 매우 민감한 무역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FTA 협상은 의회가 ‘2002년 초당무역촉진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하에 진행되고 있고 이 권한은 미 행정부가 외국과 FTA 협상을 벌여 발효 90일 이전에 의회에 타결된 FTA 협상 내용을 제출하면 의회는 이를 매우 제한된 토의를 거쳐 수정 없이 인준, 또는 거부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2002년 초당무역촉진법’이 오는 7월1일 폐지됨에 따라, 한미 FTA 최종 타결안이 늦어도 4월2일까지 의회에 제출돼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미 FTA의 경제적 규모는 미국으로서는 2번째, 한국으로서는 첫 번째 규모의 FTA로 양국 모두 서로가 추진하는 무역 전략에 있어 커다란 발걸음을 의미하고 있으며 협상 결과의 영향이 미국의 경우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 또는 지역과의 FTA 협상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FTA 협상이 발표된 이후 미국은 일본과 FTA 협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3일에는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데에 대한 미 의회의 압력에 따라 부시 정부는 그동안 진행해온 말레시아와의 FTA 협상을 무기한 중단, TPA에 따른 조기 타결을 무산시키는 결정을 내려 한국을 TPA 기간내 타결이 가능한 유일한 FTA 협상으로 남겼다.
이외에도 한미 FTA 협상은 비록 굳건하지만 풀리는 기미가 보이는 한미 동맹에 있어 성공할 경우 현 단계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강해지지만 만일 실패할 경우 양국 관계에 장기간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이 주어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어 미 의회의 깊은 관심속에 진행되고 있다.실제로 의회에서는 이번 한미 FTA를 한국과 미국이 최근 금이 가기 시작한 한미 동맹에 있어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된 양국간의 이견을 초월해 중대한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CRS는 “예를 들어 (조지 W.) 부시 정권과 한국 지도자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이견이 있다. 특히 북한과의 양자 화해를 강조하는 한국의 ‘햇볕 정책’은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을 비롯,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미국의 외교적 및 수사학적인 노력을 일반적으로 지원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 주한미군 재배치 역시 양국 간의 마찰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와 미 의회의 광범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한미 경제 관계 및 한미 FTA의 경제적 영향
한국은 미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이다. 2005년 현재 양국간의 무역은 700억 달러를 기록, 한국은 프랑스와 이태리에 앞서 미국의 7번째 무역 대상국을 기록했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농산물 시장중 하나이다. 특히 일부 서부지역 주들에게 한국 시장은 더욱 중요하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한국은 2004년도에 5번째, 오리곤주는 2번째, 그리고 미국내 모든 농산물 수출로서는 4번째 규모로 집계된다. 미국의 대한국 주요 수출은 ‘세미컨덕터’, ‘기계류’(특히 세미컨덕터 생산 기계), 항공기, 농산물 등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보다 훨씬 높다. 2005년 현재 미국은 한국의 3번째 무역 대상국이었으며 2번째 수출 시장, 3번째 수입 출처, 그리고 1번째 외국직접투자(FDI) 출처 국가였다.이러한 배경에서 한미 FTA는 한미 양자 경제 관계는 물론 미국의 동아시아 관계에 매우 중대한 직, 간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한국의 관세는 미국의 관세보다 훨씬 높아 미국 수출업자, 특히 농산물 분야는 무역 증진을 이루게 된다.한국이 적용하는 평균 관세는 11.2%인 반면 미국은 3.7%이며 특히 농산물의 경우 한국의 평균 52%에 비해 미국은 평균 12% 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크다.
그 이유는 한국 경제 규모가 미국에 비해 훨씬 작고, 더욱 보호적이며 해외 무역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미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연방상원 재무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2001년 발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는 한국의 국민총생산(GDP)을 0.7% 인상시키는 반면 미국의 GDP 인상
은 0.2%로 전망했다.
민간비영리 단체인 국제경제연구소(IIE)가 2001년, 그리고 2004년에 추가 발행한 연구보고서도 한국의 국민총생산이 0.38%~2.41% 인상될 때 미국의 국민총생산이 0.02%~0.13% 증가할 것으로 조사했다.이들 보고서는 양국간의 양자 무역 규모에 대한 영향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분야에서 USITC는 미국의 대한국 수출이 54% 증가하고 수입이 21% 늘어날 것을, IIE는 미국의 대한국 수출이 46%가, 수입이 26%~30%가 각각 늘어날 것으로 보고했다.
이외에도 한국국제경제정책연구소(KIEP)가 2005년 12월 발행한 또 다른 보고서는 계산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미 FTA가 한국 국민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0.42%~0.59%(정지 분석 방식), 또는 1.99%~2.27%(동력 분석 방식) 인상할 것으로 점쳐 순수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한미 FTA 규모와 협상 타결이 양국 경제 발전에 가져올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FTA가 내포하고 있는 외교, 정치, 사회적 의미를 함께 고려할 때 현재 막바지에 돌입해 있는 양국 협상 결과의 중요성은 미래의 한미 관계는 물론, 한국인들과 미주한인들 모두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해 현재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쌀 시장 개방, 쇠고기 수입 재개,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불인정 등 미 연방의회가 이미 한미 FTA 승인 조건으로 한국이 수긍할 것을 못 밖아 놓은 문제점들을 넘어서 이번 최종 협상이 과연 내달 2일 이전에 타결 될 지 깊은 관심이 요망된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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