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와 무의미의 뒤섞음
‘나는 변기를 들어 현대미술의 면상에 집어던졌다.’
소변기가 마르셀 뒤샹에 의해 예술작품 ‘샘’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면서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들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 거의 한 세기가 다된 2006년초 프랑스 퐁피두 현대미술관에 소장 전시돼 있는 37억달러를 호가하는 뒤샹의 세라믹 소변기 작품 ‘샘’을 못마땅해 하던 한 노인이 작은 망치로 파손시킨 웃지 못할 사건이 보도돼 다시 한번 우리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1917년 어느날 한 하드웨어 상점에서 구입한 변기에 리처드 머트라는 이름을 서명한 뒤 뉴욕 앙데팡당전에 출품한 후 심사위원들로부터 배척당한 이 작품은 현대미술의 향방을 결정한 미술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의 변기 작품 ‘샘’(fountain)은 여전히 현대미술(Modern art)이 얼마나 기괴하며 현학적인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물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르셀 뒤샹 작품 ‘샘’(fountain). 제작연도 1917년.>
일반적으로 우리가 반 고흐나 피카소의 작품을 귀히 여기는 것은 천재적 예술가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 유일무일한 것이기 때문인데 이 변기작품 ‘샘’처럼 기계로 만들어진 대량 생산품인 변기를 선택한 후 예술가가 ‘이것도 예술이다’라고 선언한다면 과연 그것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작품의 오리지널리티에 반기를 든 뒤샹에게 있어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평범한 생활용품을 선택하여 전시함으로써 물건의 실용성은 사라지고 그저 ‘사물’로 돌아가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선택행위 즉, 아이디어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수공적 기술의 재현행위가 아닌 선택한다는 정신적 행위가 예술가의 본질이라는 그의 이론은 기존미술에 도전하는 개념미술의 기초를 이루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버려진 폐품, 기계로 대량생산된 물체들을 그대로 작품에 사용하는 현대 개념미술가는 작품을 창조하는 대신 선택하는 사람인 것이다. 화장실에 놓여 있을 때는 변기이지만 예술가에 의해 선택되어 전시장에 놓여 있을 때의 변기는 원래 목적과 실용성이 상실되고 하나의 사물이 전혀 다른 의미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전시장의 작품들을 보며 이것도 작품인가 의아해 한다. 그러나 우리 주위의 일상용품을 상식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저 의자, 병, 바퀴 등등일 뿐이지만 소변기조차도 일상적 사물로서의 인식을 단절하고 순수한 형태적 의미만으로 바라본다면 대칭적이며, 부드러운 곡선을 가졌고, 우아한 기하학적 오브제로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되는 것. 이것이 뒤샹이 우리에게 보여준 ‘샘’의 미학이다.
메이 정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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