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부터 LA 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을 구스타보 두다멜이 열정이 넘치는 현란한 동작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나는 젊지 않다”
베네수엘라 출신 26세 신예… 살로넨 후임
“열두살부터 지휘해와 나도 나이를 먹은셈
LA필의 열린 정신·독특한 에너지에 매력”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 필)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48)이 베네수엘라 출신의 신예 구스타보 두다멜(26)에게 지휘봉을 넘겨준다. <본보 9일자 A2면 보도>
약 90년 전통의 LA 필은 지난 9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두다멜이 2009~2010년 시즌부터 LA 필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서 두다멜은 영어와 스패니시를 섞어가며 “나는 이 곳의 핫도그가 너무 좋다”고 농담한 뒤 “미국뿐 아니라 세계무대에도 내로라 할 LA 필을 맡게 된 것은 특별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다멜은 “나의 커리어 초기에 미국 데뷔 기회를 준 것이 LA 필이었다”며 “LA 필의 에너지가 처음부터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려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직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기에는 이르다고 전제한 뒤 “라틴 아티스트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일은 원더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계에서는 그가 LA 필을 맡게 되면 다른 세대와 문화를 잇는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에는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12세부터 지휘를 해 왔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다’(old)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드보라 보다 LA 필 단장은 “두다멜이 지난 1월 디즈니 홀에서 LA 필을 지휘한 것이 선정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가 예술적 비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로 기대를 나타냈다.
28세가 되는 시점부터 5년간 LA 필을 지휘하게 된 두다멜은 불과 3년 전 독일 밤베르크 오케스트라 주최 구스타프 말러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국제무대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급. 당시 두다멜의 재능을 알아보고 1등상을 준 것은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은 살로넨과 LA 필의 전 수석 디렉터인 어네스트 플라이시만이었다.
혼신의 힘을 쏟는 열정적인 지휘로 유명한 그는 2005년 여름 할리웃 보울에서 LA 필을 지휘, 미 음악계에 데뷔했다. 그 후 보스턴 심포니와 시카고 심포니,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좌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단원들의 친밀감과 신뢰를 끌어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는 18세부터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으며, 다음 시즌에는 스웨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프린서펄 지휘자로도 취임한다. 세계 음악계에서는 LA 필이 이번에 그를 잡지 않았으면 다른 유명 교향악단에 빼앗겼을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베네수엘라 마키시메토에서 트롬본 주자인 아버지와 성악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두다멜은 아동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주고 음악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인 ‘시스테마’를 통해 바이얼린과 작곡을 배웠으며,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렸다. 저소득층을 주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지난 32년간 50만명이 혜택을 받았으며, 베네수엘라에는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무려 200여개에 이른다.
한편 30대 초반이었던 92년부터 역사상 가장 오래 LA 필을 이끌어 온 살로넨은 2008~2009 시즌을 끝으로 현직에서 은퇴, 런던과 LA를 오가며 작곡에 주력할 계획이다. “작곡하는 지휘자 대신 지휘하는 작곡가의 삶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살로넨은 그러나 LA 필을 비롯한 교향악단 지휘는 계속하게 된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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