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국 애도물결
부정적 이미지 확산 막는일 급선무
최악의 교내 총기사건인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이 한인 1.5세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뉴욕한인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한인들은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나타내면서, 앞으로 이 사건의 여파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지난 2005년 버지니아공대를 졸업한 우모씨(우드사이드 거주)는 “9.11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랍계 학생들의 기숙사 방문에 인종차별적 내용의 글귀가 이리저리 낙서되는 일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학교내 한국인 학생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뉴욕 공과대학(NYIT)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정 모(27)씨는 “범인이 한국인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수업을 마친 뒤 수군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평소보다 빨리 귀가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캠퍼스 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한인 학생들의 경우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며 심지어 도서관에도 가지 않은 채 한인 학생들끼리 방에 모여 문제가 크게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인들은 특히 미주류사회에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가 심어져, 불필요한 오해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한 이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유족들에 대한 애도뿐만 아니라 성금을 모금하고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조문사절단을 파견하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재건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다”며 “한인단체가 단합해서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성금을 모아 대학이나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성의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러싱 거주 김수길씨도 이날 본보에 전화를 걸어 “한인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막기 위해 유가족에 대한 모금 운동 등으로 미국인의 정서를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욕총영사관과 뉴욕한인회, 뉴저지한인회, 각 직능, 봉사, 교육 단체 등은 17일 뉴욕총영사관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이번 사건의 대처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대학생 또는 중고생 등 청소년 자녀를 둔 한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자녀들에 대한 일부 보복을 우려하면서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장은 17일 “범인이 한인이라는 소식이 학교 등교 시간 후 알려졌기 때문에 아직 큰 문제는 없었지만 내일(18일)부터가 걱정”이라며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상처를 입거나, 직접적인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이어 “혹시 학교에서 자녀들이 친구들로부터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했을 때는 가이던스 카운슬러나 담당교사에게 부모가 서면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학교차원에서 예방조치를 취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참으라고 했다가는 자칫 감정적 폭발로 이어져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면서 친구들끼리 폭력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학교에서 징계를 받는 등 불이익까지 당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또 이 사건으로 일제의 위안부 결의안 제정 운동이나 한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학생 비자 발
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인의 과격한 이미지나 이민 시스템에 대한 문제 등으로 비춰지
는 것에 대해서는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학교내 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했으며, 총기 소지, 폭력적인 TV나 비디오 게임 등 본질적인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한다는 것.
박종권 뉴욕한인테니스협회장은 “이번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총기 소지나 교육 시스템 등에 대한 문제점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며 “한인의 과격성 등을 전체 한인의 이미지로 확대하는 잘못된 인식에는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학교 문유성 사무국장도 “이번 사건이 인종 차별적인 사건이 아닌 총기규제 정책의 잘못에서 발생한 개인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미국사회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찬.이정은.윤재호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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