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참사이후 한인사회 자녀교육 자성 목소리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 이후 뉴욕한인사회에 자녀 교육에 대한 자성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자녀들의 학교 및 교우 생활, 정신적인 성숙보다는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 성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왔던 한인학부모들에게 이번 사건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인 교육 전문가들은 뉴욕한인사회의 이민 역사가 30년을 넘어가면서 어느 정도 이룩한 경제 성장의 성취에 자녀 교육의 초심을 잃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70-80년대 이민 초기와 달리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정보가 충분하고, 넘쳐나는 각종 학원 등 교육 여건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방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김인자 전 26학군 교육위원은 “이민 초기보다 교육 환경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1.5세, 2세 학생들의 부담은 여전하며, 오히려 커진 느낌마저 있다”고 전했다. 좋은 환경 속에서 남들보다 또는 부모들의 기대보다 못해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이 커진 것이다.
부모들이 교육 문제에 나 몰라라 했던 예전과 달리, 대학 진학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며 이런 저런 요구 사항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것도 한인 1.5세, 2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폭력적인 내용의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 음악 등은 정체성 혼란을 겪을 나이인 한인 1.5세, 2세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뉴저지 웨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1.5세 최모(39)씨는 “1.5세들은 사춘기적인 혼란을 중고교 때보다 대학에서 겪고, 늦게 시작한 만큼 오래 가는 경향도 있다”며 “이럴 때 사회 도피적인 성향이 강한 취미 생활을 갖게 되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 미국에 온 최씨는 자신도 30대 초반까지도 학교와 사회생활에 오랫동안 적응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에 미쳐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는 것. 그는 소위 명문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지금은 부모의 세탁소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사회 부적응 문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한인 1.5세, 2세들을 옥죄고 있다.미국사회 내 소수민족인 아시아계가 겪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이들의 사회 부적응을 낳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미국 주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이민사회에서 소수 인종으로서 타 인종 속에서 자라나는 1.5세, 2세들은 다수 인종에 대해 인종적인 부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김병석 정신과 전문의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애와 자신과 자신의 문화적 인종적 배경에 대하여 자부심을 길러 주거나 최소한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며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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