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일년도 되지 않아 승욱이가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확히 10개월만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기숙사에서 필요한 물품목록을 보내왔다. 반바지 4개, 긴바지 6개, 반팔티셔츠 7개, 긴팔셔츠 6개, 점퍼, 속옷, 신발, 정장 한벌, 개인 준비물, 좋아하는 장난감....
기숙사로 보내면 일단 5주간은 승욱이를 만날 수가 없다. 기숙사의 규정이기 때문이다. 승욱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그쪽에서 전화를 해야 알 수 있는 거다. 모든 것이 적응 훈련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군대 신병 훈련이 6주인 것을 보면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는 시간이 그 정도여서 그런가 보다.
5주간 날씨의 변화가 뭐 그리 대단하겠냐마는 엄마 마음은 괜히 챙겨 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도 큰 직사각형 이민가방에 차곡차곡 싸고 있다. 5주 동안 애가 뭐 그리 크겠냐마는 괜히 한치수 큰옷도 미리 준비해서 넣었다. 아직 기숙사를 보내려면 2주나 남았는데 짐은 6개월 이상 치를 싸놓았으니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저녁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승욱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나 혼자 연신 되풀이하고 있다.
“승욱아, 어쩌냐 2주 후면 엄마랑 잠깐 헤어져야 하는데 너 잘 있을 수 있냐? 짐작컨대 너는 잘있을 것 같은데 엄마는 완전 실성할 것 같다. 한번도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보질 않아서 너도나도 무진장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냐 그리 멀지도 않은 LA바닥에 있으면서도 5주간을 볼 수 없다니 너무 가혹하다. 그치? 이 일을 어쩌냐.”
승욱이와 제일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은 남편이 미시간에 유학 와 있었던 때다. 남편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난 일주일씩 3번을 미시간으로 갔었고 그때마다 엄마가 승욱이를 봐주셨다.
미시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애들 걱정에 LA집으로 전화를 걸면 엄마는 나하고 있을 때보다 더 잘 놀고 잘 지낸다고 걱정 말라고 했었다.
일주일간 집을 비우고 단걸음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밖에선 분명 승욱이의 개구진 웃음소리가 들렸건만 내가 집에 들어와 가까이서 “승욱, 엄마왔~다”라고 영구 버전으로 이름을 부르면 영락없이 입을 삐쭉거리고 마치 여러 가지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내 가슴에 묻고 흐느껴 울었었다.
엄마는 이런 황당한 모자의 모습을 보고 일주일간 죽어라 애를 봐줬더니만 애 봐준 공로는 없고, 마치 당신이 애를 마음 고생 시킨 양 쇼를 한다고 탤런트 모자라고 놀렸었다.
일주일만에 만나도 그리 서글피 우는데 그것도 집안에서 승욱이가 신뢰하는 사람 서열 2위인 친정 엄마가 봐 주셨어도 그랬는데 기숙사는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익숙한 곳도 아니고, 온통 모든 것이 새로운 곳에 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이제 겨우 조금 듣는 일곱살짜리 아이를 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여러 가지로 마음에 위안을 삼으려 나를 스스로 위로하며 “괜찮을 거야. 승욱이는 나보다 더 씩씩하니까 잘 적응하고, 사랑도 제일 많이 받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큰 사람이 될 거야”라고 내 스스로 최면을 걸지만 가슴 정 가운데가 알 수 없이 아프다. 이 세상 그 어떤 무서운 무기로 가슴을 얻어맞아도 이만큼 아플까? 우황청심환 100알쯤 먹으면 이 아픔이 사라질까?
이렇게 헤어지는 준비하는 것이 너무 아프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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