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욱이가 기숙사로 가기 일주일 전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다. 아파트로 이사를 하려고 아파트에 계약서를 쓰고 나오는데 아는 집사님이 우리 집 근처에 괜찮은 가격의 콘도가 렌트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서둘러 작은 콘도를 얻게 되었다. 아파트로 이사를 갔으면 가구하고 세탁기 등을 처분했어야 하는데 너무 다행히도 콘도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고스란히 큰살림을 정리하지 않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짐을 싸고 풀고 정리를 하고 분주한 가운데 승욱이마저 일주일 후에 보낼 생각을 하니 입에선 연신 한숨만 나온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곳에 원래 일하던 사람들이 단기선교를 갔다 와서 일자리로 돌아왔기에 난 일주일 동안 승욱이 하고 시간을 보내려고 겸사겸사 일을 그만두었다.
이민가방 달랑 2개 들고 미국으로 왔는데 어찌나 구석구석 숨은 짐들이 많은지 정리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승욱이는 이사 온 집에 제법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어슬렁어슬렁 이곳저곳을 가로세로 길이를 재는 듯 여유 있게 걸어 다니고 있다.
짐 정리용 플래스틱 박스가 필요해서 엄마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두 시간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승욱이가 보이질 않는다. “이 승욱! 어디 숨었어! 엄마 왔어. 야~ 이 승욱.”
아래층 위층을 오르락내리락 해도 애가 보이지 않았다. 문이 열린 곳도 없었는데 애가 도대체 어딜 간 거지? “엄마, 승욱이 못 봤어? 승욱이가 집에 없는 것 같아.” “어? 장난감 들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큰집에 이사 온 것도 아니고 전에 살던 집 반만한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10분 동안 아무리 뒤져도 애가 보이질 않는 것이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해지기 시작했다.
난 차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승욱이를 찾기 시작했다. “욱아, 승욱아.”
차고 문을 열고 나가서 콘도단지를 막 벗어나려는데 미국 청년들이 나를 보며 애를 찾니? 남자애가 맨발로 걸어 나와 길거리에 주저앉아 있기에 집이 어디냐고 애를 붙잡으니 그때부터 울기 시작을 했다고 했다. 애가 장애가 있는 것 같아. 길을 못 찾고 이러고 있나 싶어서 자신들이 집을 찾아주려고 이집 저집 다니면서 집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어휴 집에 있어야 하는 애가 없어서 나도 놀라서 찾으러 나왔다고 했다. 승욱이를 안으니 땀이랑 눈물이랑 아스팔트의 검은 때랑 온갖 더러운 것 범벅으로 나에게 덥석 안긴다. 그 와중에 씨익 웃으면 흘러내리는 콧물까지 빨아먹고 있다. ‘어이구. 나 미치겠다.’
일단 애를 씻겨야겠기에 욕조에 물을 틀고 거품 가득 묻혀서 애를 닦이며 “너, 너 때문에 엄마 십년감수했어. 겁도 없이 도대체 어딜 나간 거야 응? 일주일 있으면 기숙사로 가야 하는데 거기 가서도 이렇게 너 마음대로 할 거야?” 비누거품 묻은 수건으로 애를 빡빡 닦이며 “앞을 못 보는데 어쩌면 이리 날쌘돌이 같은지 모르겠네. 보이는 게 없으면 뭐든 무서워해야 하는데 너무 담대하니 이걸 어째. 또 집 나갈 꺼야?”
엄마가 화가 났는지 열을 받았는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바가지 가지고 장난치며 깔깔 웃고 있으니 나 참 기가차서. 이 승욱, 너 참 좋겠다. 네가 뭔 걱정이 있겠냐. 항상 다양한 일을 저지르고도 해피 그 자체인 네가 엄만 참 부럽다. 엄마도 너의 그 무걱정 1%만 가져봤으면.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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